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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들은 필요할 때 보이지 않았다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1-08-08 05:00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책임질 것을 요구한데 이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한마디 거들고 나선 것.

또한 지난 4일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비공개로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한진중공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올해 들어 영도조선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관심에 한진중공업 측은 불편한 기색이다. 이미 지난 6월 파업을 철회하고 노사 간 합의서에 사인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정치권에서 끼어드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으로 치면 부부가 다투다 화해하고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마당에 상관도 없는 이웃집에서 부부싸움을 한 이유를 캐묻는 꼴”이라며 “200일이 넘도록 크레인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한진중공업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이웃사람인데 정치권의 포커스는 이 ‘이웃사람’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특히 국내 ‘조선1번지’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파업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미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고 다시 잘 살아보자며 의욕을 내고 있는 영도조선소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는 식의 참견을 한다는 점이다.

‘희망버스’를 주관한 시민단체 역시 이와 같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를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면 마땅히 지난 2008년 12월 이후 단 한 척의 수주도 하지 못한 채 정리해고를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요구했어야만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1년여 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으며 늦어도 파업이 시작됐던 지난해 12월이나 올해 1월 이런 행동을 보였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이들은 ‘부부싸움’이 다 끝나고 나서야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수주영업을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선 조남호 회장이 하루빨리 귀국해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메이저 조선사들과 성동조선해양, SPP조선해양 등 중소조선사들이 다시 수주에 나설 때 단 한 척의 수주도 하지 못한 한진중공업의 속내까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조 회장을 불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과연 8만평에 불과하다는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박이 무엇인지, 다른 조선소들과 비교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또한 그들이 이런 부분이 수주와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서 하는 소리인지 의심스럽다.

최근 영도조선소를 이슈화시키고 있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주장만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영도조선소는 지난달 수주소식을 알리며 잃어버린 ‘소’를 다시 들여오고 멈춰선 설비들을 점검하며 ‘외양간’을 고치기 시작했다.

연간 매출규모가 12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도 IMF 사태 이후 기업분할과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아픔을 겪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특수선과 LNG선, 중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영도조선소도 구조조정과 파업의 아픔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조선1번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기를 국민 모두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필요할 때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 지금 영도조선소를 위해 해줘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