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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크루즈선, 협상은 계속 하고 있어요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3-05 05:00

지난 2009년 11월, 삼성중공업은 기념비적인 계약소식을 알렸다. 미국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Utopia)와 11억 달러 규모의 10만GT(Gross Tonnage)급 크루즈선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는 것.

다른 선박 및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글로벌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마지막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있던 크루즈선 시장을 삼성중공업이 개척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은 국내 조선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내용면에서도 삼성중공업의 계약 소식은 혁신적이었다.

조선과 건축기술이 복합된 세계 최초의 ‘아파트형 크루즈선’을 표방한 이 선박은 장기휴양 목적의 해상별장으로 개인에게 객실을 분양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혔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997년 업계 최초로 여객선팀을 발족한 이후 13년 간에 걸친 치밀한 준비,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 쉐르빌, 최고급 타운하우스인 라폴리움 등을 통해 축적한 건축 노하우가 이번 계약을 성공시킨 밑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LOI 체결 발표 후 30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삼성중공업은 크루즈선 수주 본계약 체결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 해사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최근 삼성중공업이 크루즈선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이유로 부진한 선박금융시장을 꼽았다.

선주사인 유토피아가 선박 발주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박금융도 필요하지만 ‘아파트형 크루즈선’인 만큼 일반적인 아파트와 같이 일정 수준의 분양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유토피아는 지난 2010년 말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미국 원로가수이자 영화배우인 팻 분(Charles Eugene Patrick Boone)이 분양을 신청했다고 홍보하는 등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다.

또한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카타르가 부족한 숙박시설을 크루즈선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스포츠 축제와 국제영화제 등 굵직한 행사가 열리는 지역을 찾아 여행하는 크루즈선 여행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팻 분과 같은 최상류층이 아니면 넘보기 힘들 정도로 비싼 이 크루즈선의 분양가는 지속되고 있는 미국 및 유럽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선박 발주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2년 반이 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면 LIO는 파기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주사가 선박 발주를 위한 자금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본계약이 미뤄지고 있다”며 “LOI 체결 후 2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계약은 유효하며 선주사도 발주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본계약 체결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50억 달러 수주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도 국내 조선업계 중 가장 많은 38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리며 연간수주목표인 125억 달러의 30%를 달성한 삼성중공업 입장에서 볼 때 크루즈선을 수주하지 못한다고 해서 수주행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루즈선 소식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아직까지 국내 조선업계가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고부가가치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 최고의 건축전문가가 우리나라 전통 한옥을 짓는다고 해도 우리나라 전통의 멋을 충분히 재현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조선업계가 유럽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본 미쯔비시중공업이 지난 2004년 크루즈선 2척을 건조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2척의 크루즈선 수주에 성공한 만큼 기술력에서 일본에 뒤처지지 않는 국내 조선업계도 머지않은 시기에 크루즈선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