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5일 10:46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대·중소조선사 상생, 현실은 쉽지 않다①

“위기의 중소조선사들, 다시 블록공장으로?”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3-14 18:48

최근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삼호조선을 비롯해 21세기조선, 신아SB 등 경남 통영에 위치한 중소조선사들의 위기가 부각되면서 붕괴되고 있는 국내 중소조선사들의 생존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조선업계 황금기 시절 블록건조에서 신조사업으로 전환한 중소조선사들이 다시 블록건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경제와 상생을 위해 메이저 조선사가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 조선시장을 감안하면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는 중소조선사들의 생존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내용들을 통해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 지난해 7월 경남 통영에 위치한 신아SB(구 SLS조선) 덕포공장 전경. 신아SB는 조선업계 호황기 때 SPP조선 등과 함께 덕포산업단지 조성에 나섰으나 이후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생존위기에 빠진 중소조선사들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신조사업을 포기하고 다시 이전의 블록공장으로 돌아가 메이저 조선사들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파산절차에 들어간 삼호조선에 이어 인접한 조선소인 21세기조선도 오는 8월이면 수주잔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조선 채권단에서는 더 이상 신조수주가 없을 경우 조선소를 블록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중소조선사 중 상당수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조선업계 호황기와 함께 블록건조사업에서 신조사업으로 전환했다.

블록 제조업체가 대거 신조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하자 이들 업체에 블록 건조를 맡기던 국내 메이저 조선사들은 봇물 터지듯 몰려오는 선박 주문을 감당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주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박 발주에 나서며 후판 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 블록을 건조해 납품하던 업체들이 신조사업으로 전환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메이저 조선사들도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설비확장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를 짓고,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의 플로팅도크와 해양크레인 발주에 나섰던 것은 수주물량 급증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선박 블록을 맡길 수 있는 업체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는 극심한 침체기로 돌아섰으며 벌크선을 위주로 신조사업에 나섰던 중소조선사들도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거의 모든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를 발급해주는 금융권의 요청으로 가입했던 키코 파생상품이 자금유동성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면서 중소조선사들은 잇달아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 2008년 3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던 21세기조선이 생존위기에 내몰린 것 역시 2억 달러에 달하는 키코 파생상품 손실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21세기조선 채권단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신조수주를 하지 못하는 조선사를 살리고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조선소를 예전의 블록건조업체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조선시장을 감안하면 중소조선사들이 블록공장으로 돌아가더라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박 대형화 추세로 현재 메이저 조선사들의 도크에는 8천TEU급 컨테이너선보다 1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더 많다”며 “도크가 작은 중소조선사들이 이런 선박의 블록을 수주해 건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선시장 침체로 메이저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 중소조선사가 블록건조를 할 수 있다 해도 넘겨줄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해양플랜트 모듈을 중소조선사에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