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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조선사 상생, 현실은 쉽지 않다②

시너지효과 기대하기 힘든 중소조선사, 인수 메리트 없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3-17 05:00

최근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삼호조선을 비롯해 21세기조선, 신아SB 등 경남 통영에 위치한 중소조선사들의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붕괴되고 있는 국내 중소조선사들의 생존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조선업계 황금기 시절 블록건조에서 신조사업으로 전환한 중소조선사들이 다시 블록건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경제와 상생을 위해 메이저 조선사가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 조선시장을 감안하면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는 중소조선사들의 생존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내용들을 통해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0위권인 성동조선해양 통영조선소 전경. 성동조선은 지속적인 수주와 정상적인 조업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코사태에 따른 재무상태 악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상선 시장의 침체와 함께 자금유동성 악화, 기업회생절차 등으로 수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국내 중소조선사들의 일감이 바닥난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처럼 국내 메이저 조선사가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중소조선사를 인수하는 것도 상생의 방안 중 하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업방향을 해양플랜트로 돌린 메이저 조선사가 상선만을 건조해 온 중소조선사 인수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다 연간 매출규모보다 더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중소조선사를 인수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금유동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삼성중공업이 인수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은 거제도에 위치한 삼성중공업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울 뿐 아니라 해양플랜트에 치중하는 삼성중공업과 상선 위주의 성동조선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공략해야 하는 정치권에서도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을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에는 글로벌 조선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 삼성중공업만이 유일하게 중소조선사를 인수하거나 위탁경영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7년 현대삼호중공업의 전신인 한라중공업이 모회사인 한라그룹 부도와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정부의 요청으로 5년간 위탁경영을 실시한 이후 2002년 정식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을 인수했다.

대우조선 역시 지난해 6월 대한조선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3년간 대한조선을 위탁경영하는데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을 인수한 것은 정부의 요청도 있었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한라그룹 계열사라는 명분도 작용했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조선업계 황금기로 인해 현대중공업의 현대삼호중공업 인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의 대한조선 위탁경영은 양 조선사의 대주주 및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요청으로 인해 이뤄질 수 있었다.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만을 건조해온 대한조선의 생산설비는 14만㎡(4만5천평) 규모의 부지에 한 개의 도크가 전부이나 2,3도크용 부지 208만㎡(63만평)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만㎡(30만평)에 불과한 진해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STX가 지난 2010년 국내 생산설비 확장을 위해 대한조선 인수에 나섰으나 9천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두고 채권단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국 인수합병이 무산됐다.

이후 대한조선의 회생을 고심해온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위탁경영을 제안했으며 대우조선은 대주주의 이와 같은 의견을 수용해 대한조선 회생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스스로 나서지 않는 이상 다른 중소조선사에 대한 위탁경영이나 인수를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2조원 규모의 연간매출보다 더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동조선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과 수주하는 선종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통영에서 성동조선 인수에 나서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우리로서는 곤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178만4천CGT(63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며 수주잔량 기준 전 세계 10위, 국내 조선소 중에서는 조선빅3와 STX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선박 인도작업도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조선소를 재무적인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조선산업 관점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경기 침체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500여명의 자체 연구인력을 유지하며 선종다양화 및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에 노력하고 있는 성동조선에 비해 다른 중소조선사들은 어쩌다 수주기회가 찾아와도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받지 못해 이마저도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특히 중소조선사들은 선박 수주에 필요한 RG를 발급해주는 금융권에 잘 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하지만 키코 사태를 촉발시킨 책임이 있는 금융권에서는 재무상태 악화를 이유로 RG 발급을 꺼리는 등 중소조선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