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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선시장, 10년 전으로 ‘뒷걸음질’

수주잔량, 올해 말 2003년 4월 수준까지 감소 전망
선가도 9년 전 수준…“업계 명암 극명한 한해 될 것”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4-28 05:00

▲ 최근 10년간 수주량 및 수주잔량 변동 추이.[자료:클락슨]

2008년 리먼브라더스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난해부터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 등 대형 악재가 이어지며 글로벌 조선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선가지수, 수주잔량 등 글로벌 조선시장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거의 10년 전 수준까지 뒷걸음치고 있어 조선업계의 생존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은 1억970만CGT로 지난 2006년 1월(1억524만CGT)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0년 1월 3천732만CGT였던 글로벌 수주잔량은 5년여 만인 2005년 6월 1억CGT를 돌파한데 이어 2007년 4월 1억5천만CGT, 2008년 2월에는 2억CGT를 넘어서는 등 짧은 기간에 기록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2억1천531만CGT)을 정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선 글로벌 수주잔량은 2년여 만인 2010년 12월 1억5천만CGT 선이 무너진데 이어 올해 상반기중 1억CGT 선도 무너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해 중 글로벌 수주잔량의 절반 이상이 인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10년 전인 2003년 4월(5천40만CGT)과 비슷한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3년 4천200만CGT 수준이었던 연간발주량이 2006년 6천800만CGT, 2007년 9천400만CGT 등 급증세를 보임에 따라 경쟁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섰던 글로벌 조선업계는 2009년 연간발주량이 1천600만CGT까지 급감함에 따라 일감확보라는 생존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연간 2천100만CGT 선이었던 글로벌 조선설비는 급증하는 발주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2006년 3천만CGT, 2008년 4천만CGT, 2010년에는 5천만CGT 수준까지 급증했다.

조선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통상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도 이미 2년치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조선업계가 생존을 위한 수주경쟁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한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신조선가 역시 2008년 9월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서며 9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클락슨이 발표한 신조선가 지수는 134로 지난 2004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190으로 가장 높았던 2008년 9월에 비해서는 29.5% 하락했다.

올해 들어 처음 발주된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가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이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으로부터 용선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에 발주된 1만3천8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1억1천5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지난 2008년 2월 현대상선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1만3천100TEU급 컨테이너선의 1억7천만 달러에 비해 30% 이상 낮은 가격이다.

선가가 30% 떨어졌다고 해서 이것이 손해를 보고 선박을 수주하는 ‘적자수주’라고 볼 수는 없다.

클락슨은 “2002년 2천만 달러였던 파나막스 벌크선의 신조선가는 2003년 4천만 달러, 2008년에는 9천2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며 “하지만 2009년 2천500만 달러로 곤두박질한 이 선종의 신조선가는 2010년 4천만 달러로 반등했다가 현재는 다시 2천400만 달러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파나막스 벌크선의 신조선가가 가장 낮았던 때는 IMF로 큰 위기에 빠졌던 1999년으로 1990년 이후 2천800만 달러를 유지했던 파나막스 벌크선의 선가는 1천9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때 파나막스 벌크선을 수주한 한국 조선업계는 원화 평가절하도 같이 진행되며 오히려 원화 기준으로는 선가가 오른 효과를 봤다.

클락슨은 “1997년 2천600만 달러에 파나막스 벌크선을 수주한 한국 조선업계는 원화로 약 220억원을 벌어들였다”며 “하지만 1999년 이 선박의 선가가 1천950만 달러였을 때 한국 조선업계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23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 선가가 30% 하락했다고 해서 원화가치가 함께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조선업계는 선박 건조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 가격이 올해 들어 좀 더 떨어짐으로써 수익성 악화를 완화시켜 주길 바라고 있으나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는 2분기 후판가격을 지금보다 더 이상 낮출 수 없다며 버티고 있고 중국 철강업계도 한국에 수출하는 후판 가격을 동결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CGT 이상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소가 2년 만에 34개에서 20개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조선업계의 일감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주요 조선지표가 10년 전을 향해 뒷걸음질을 지속하는 한 올 한해 살아남는 조선소와 그렇지 못한 조선소의 명암은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