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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먹고살 만하다고?

정준양 회장 발언에 조선업계 ´발끈´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5-03 15:37

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한 간담회에 참석해 “철강업계가 조선업계보다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해 조선업계가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 5%를 넘기 힘든 조선업계에 비해 그동안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포스코가 당장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선업계는 그나마 먹고살만하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은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17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서 철강협회가 주최한 ‘지식경제부 장관 초청 철강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철강산업이 가장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 조선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조선업계가 어려우니 철강업계가 도와달라고 하던데, 물론 중소조선사들은 어렵지만 대형 조선사들은 철강업체들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2분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서 조선업계가 1분기 대비 t당 5만원 정도 인하해줄 것을 요구한데 따른 것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후판가격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객’인 조선사들에게 후판을 공급하는 입장이면서도 조선업계에서 ‘을’ 아닌 ‘갑’으로 인정받아왔던 포스코의 회장이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조선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글로벌 조선경기가 ‘황금기’를 맞이했을 때 조선사들은 밀려오는 발주를 감당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후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폭증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업체의 연간 생산규모가 충분치 못해 조선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후판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에 나서야만 했다.

당시 한 조선사는 포스코가 조선용 후판 규격에 맞게 강재를 절단하는 과정을 기다릴 수 없어 조선소 내에 강재 절단설비를 도입하기도 했으며 다른 한 조선사는 포스코 생산라인에서 출하되는 후판을 빨리 운송하기 위해 선박을 용선하기도 하는 등 조선사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후판을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조선업계에 ‘을’ 아닌 갑, 그것도 ‘슈퍼 갑’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올 정도였으며 자동화설비를 통해 나오는 후판을 판매하는 포스코가 조선업계에서는 ‘앉아서 떼돈을 버는’ 회사로 비춰지기도 했다.

당시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해 5%를 넘기기도 쉽지 않은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많이 부러웠던 것이 인지상정.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이후 선박 발주가 급감하며 생존경쟁을 벌여야만 했던 입장에서는 부러움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메이저 조선사들은 고유가 시대를 맞아 증가하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서면서 상선시장 침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조선사들은 상선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키코’라는 악재가 겹쳐 잇따라 워크아웃 및 파산 절차에 빠져들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했던 조선업계에 비해 포스코는 미래에 다가올 사업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립산업인 조선업은 각종 기자재 및 설비 가격, 글로벌 경기 및 유가 변동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철광석을 수입해 철강제품을 만드는 포스코가 조선업계보다 더 많은 위험요인을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하면 통상 2~3년 지나서 선박 인도와 함께 매출에 반영되는 특성 상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주한 선박이 매출에 잡힌 지난해 실적을 갖고 조선업계가 ‘먹고살만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업계의 특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산업의 쌀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자부하는 포스코가 이제는 조선업계의 사정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굳어진 조선업계와 포스코 간의 거래관행이 고쳐지긴 쉽지 않겠지만 ‘산업의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는 포스코가 지나친 마진을 요구하지 않고 조선업계 황금기 당시 생산설비 확장에 적극 나서는 등 국내 조선업계에 최대한의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선업계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수주가뭄과 10년 전으로 돌아간 선가 등으로 인해, 철강업계는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및 공급과잉으로 인해, 해운업계는 운영비를 밑도는 운임으로 인해 모두가 힘든 이때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