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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버린 브라질 조선소, 일본에 "SOS”

삼성중공업이 협력 관계 정리한 EAS, 일본 IHI에 기술지원 요청
기술부족으로 선박건조 ‘불능’…브라질 ‘자국건조주의’ 정책 실패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6-01 10:50

▲ 브라질 EAS(Estaleiro Atlantico Sul) 조선소 전경.

한국 조선사로부터 버림받은 브라질 최대 조선사가 일본 조선사에 기술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조선사인 EAS(Estaleiro Atlantico Sul)는 최근 일본 조선사인 IHI(Ishikawajima-Harima Heavy Industries)에 선박 건조를 위한 기술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기술지원 요청은 브라질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자회사인 트랜스페트로(Transpetro)가 EAS의 선박 인도 지연으로 총 53억 헤알(미화 약 27억 달러) 규모의 유조선 16척에 대한 발주를 취소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9년 조선소를 완공한 EAS는 2010년 5월 8일 삼성중공업의 기술지원을 받은 15만t급 유조선 ‘주앙 칸디도(Joao Candido)’호 진수에 성공했으나 이 선박을 지난달 25일에서야 겨우 인도하는 등 브라질 최대 조선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선박 건조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AS가 조선소 완공 이후 첫 번째 선박인 ‘주앙 칸디도’호 이후 현재까지 수주잔고로 보유하고 있는 20여척에 달하는 선박을 단 한 척도 인도하지 못함에 따라 트랜스페트로는 EAS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EAS 지원에 적극 나서주길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양사 간의 의견차이를 이유로 지난 3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EAS와의 협력관계를 정리하자 트랜스페트로도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주앙 칸디도’호의 인도지연과 관련해 공개되지 않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 트랜스페트로는 16척의 발주 취소와 함께 오는 8월 말까지 EAS가 삼성중공업을 대신할 수 있는 조선사로부터 기술지원 약속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31억 달러 규모의 계약 대부분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랜스페트로 관계자는 “EAS는 8월 30일까지 삼성중공업을 대신한 ‘인정받은 경험을 갖고 있는’ 기술파트너를 구해 현재 제작중인 선박들에 대해 신뢰할만한 인도 일정을 잡아야 한다”며 “계약 사양들이 모든 선박들에 부합되고 있음을 보장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작업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시한 기간 내에 EAS가 이런 조건들을 맞추지 못할 경우 발주한 선박들의 계약은 폐지될 수 있으며 계약 폐지 시 그에 따른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랜스페트로는 EAS 뿐 아니라 브라질 내 다른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들에 대해서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조선소인 마우아 주롱(Maua Jurong)은 지난해 11월 4만8천300DWT급 유조선 ‘셀수 푸르타두(Celso Furtado)’호를 트랜스페트로에 인도했으나 이 선박은 인도예정일이 상당히 경과한 후 인도돼 트랜스페트로에 200만 헤알(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더욱 큰 문제는 페트로브라스가 이 조선소에 9억 달러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포함해 총 5척의 선박을 발주했는데 이들 선박이 언제 인도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EAS도 마찬가지로 EAS는 지난해 페트로브라스가 관리 중인 기업 세테 브라질(Sete Brasil)과 46억 달러 규모의 드릴십 7척에 대한 수주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 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산타 카타리나를 비롯한 브라질 해역에 최대 1천억 배럴의 석유 및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자 자국 건조주의를 골자로 쇠퇴한 자국 조선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브라질은 지난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총 2천247억 달러를 투자해 자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 및 설비로 브라질 인근 해역의 풍부한 해양자원을 개발하겠다는 투자계획을 수립했으나 사전 준비기간 없이 대형 조선소 설립만 추진했을 뿐 자국 조선소가 선박 건조에 나서지 못하면서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및 선사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페트로브라스는 4차에 걸쳐 총 28척의 드릴십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EAS에 발주한 7척을 제외한 나머지 21척의 발주는 외국으로 돌리기로 했으며 이와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개발산업통상부는 지난달 31일 일본과 조선분야 기술이전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달부터 양국 간 협력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르난도 피멘텔 개발산업통상부 장관은 “일본의 조선기술을 받아들여 국내 조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이번 MOU를 체결하게 됐다”며 “브라질 심해유전의 탐사·개발, 석유·천연가스 생산, 물류 등에 5천여 척의 선박 및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