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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 바닥인데…발주시장 ‘요지부동’

유럽 금융위기 지속되며 운임 올라도 “자금유동성 확보 우선”
담보가치 하락으로 선박금융 규모 감소…기존 대출금 회수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6-04 20:34

상선시장 침체가 지속되며 선가가 10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음에도 선박 발주는 여전히 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대출담보인 선박가치 하락으로 호황기 시절보다 대출 가능한 자금 규모가 감소한데다 유럽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권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며 기존 대출금도 회수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4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선주사인 시스팬(Seaspan)이 STX조선해양에 발주를 추진하던 컨테이너선 계약이 무산된데 이어 에버그린이 용선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1만3천800TEU급 컨테이너선의 협상도 길어지고 있다.

에버그린은 지난해 4월 STX조선과 척당 1억4천만 달러에 1만4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 발주에 대한 의향서(LOI)를 체결했으나 이 계약은 금융적인 문제로 인해 무산됐다.

시스팬은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뿐 아니라 중국 양즈장조선(Jiangsu Yangzijiang Shipbuilding)에도 1만TEU급 시리즈 선박 발주를 검토해왔으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발주물량은 2014년 양즈장조선으로부터 인도받아 한진해운에 장기용선될 1만TEU급 컨테이너선 3척이 전부다.

게리 왕(Gerry Wang) 시스팬 회장은 “해운업계는 현재 수많은 도전과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이런 시기일수록 인내심은 좋은 덕목으로 작용한다”며 당분간 선박 발주를 계획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에버그린 역시 지난 4월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으로부터 용선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에 1만3천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하기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으나 아직까지 발주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이들 선박의 선가는 척당 약 1억1천500만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뿐 아니라 1억7천만 달러에 달했던 4년 전에 비하면 선가가 상당히 떨어진 것이나 발주옵션을 두고 에버그린과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이 의견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그린은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으로부터 5년 이상 용선한 후 이들 선박을 사들인다는 방침이나 용선기간이 끝난 후 중고선가를 산정하는 방식을 두고 서로간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이 용선기간 이후의 중고선 가격을 산정해 에버그린에 제시했으나 에버그린은 책정된 중고선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선박 발주에 대한 협상은 마무리됐기 때문에 중고선 가격에 대한 문제만 해결되면 본 계약은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가가 지난해보다도 더 떨어지며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유럽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유동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프랑스 소재 해운컨설턴트인 알파라이너(AXS-Alphaline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1만5천700TEU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주시장의 소강상태로 인해 현재 글로벌 수주잔량은 전체 선단의 23%인 367만TEU로 전체 선단 대비 글로벌 수주잔량 비중은 10년 전인 200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주사들이 선박을 발주하기 위해서는 주로 유럽의 선박금융을 활용하는데 유럽 금융위기가 지속되며 은행권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선박금융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선박금융을 확보하더라도 선가 하락으로 이전보다 선박을 담보로 한 대출규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임 폭락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던 선주사들 역시 투자보다는 재무건전성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며 “신규대출 중단에 이어 기존 대출금 상환에 나서고 있는 은행권들의 움직임도 선주사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