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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싸다"…장기불황에 한국조선 ´굴욕´

외국 소재 한국 조선소, 중국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 나서
“선가보다는…”수주잔량·모멘텀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6-18 16:13

▲ 한진중공업이 건조한 5천TEU급 컨테이너선 전경.

수주침체 장기화로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앞선 기술력과 품질로 중국이 만든 선박보다 5%라도 더 많은 돈을 받고 선박을 수주하던 한국 조선업계가 이제는 중국 조선업계보다 더 낮은 가격에라도 선박을 수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최근 5천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10척(옵션 5척 포함)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독일 선주사인 버나드 슐트(Bernhard Schulte)와 자산운용기업인 JP모건(JP Morgan)이 공동으로 발주한 이 선박의 선가는 4천500만 달러이며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비록 한국 내 조선소가 아닌 필리핀 조선소이긴 하나 한진중공업이 수주한 선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이보다 약간 작은 4천800TEU급 컨테이너선의 선가를 5천100만 달러로 평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을 뿐 아니라 다롄조선, 후동중화조선 등 중국 조선업계가 수주한 선가보다도 200~300만 달러 낮은 가격에 수주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번 컨테이너선 수주가 일감부족 문제 해결 뿐 아니라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비춰졌던 기업 이미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아시아 지역 선주와 4천7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를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장기화된 영도조선소 파업과 ‘희망버스’ 등으로 인해 선주사가 정상적인 조업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주가 무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컨테이너선 수주와 관련해서도 한진중공업이 “다른 조선사의 경우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수주계약식에 함께 참석함으로써 선주사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데 우리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조선소 정상화와 수주재개를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수주는 가격보다 수주난을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분위기 쇄신을 위한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낮은 선가에 선박을 수주했으나 수빅조선소 근로자의 월급이 약 30만원으로 영도조선소 근로자보다 10분의 1 이상 적기 때문에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이 중국 조선보다 낮은 선가에 선박을 수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에 위치한 조선소라 하더라고 한국 조선사가 경영한다는 이유로 중국 조선업계보다 최소 5% 이상 높은 선가를 제시했다”며 “하지만 이런 모습은 점차 바뀌고 있으며 선가는 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가 하락세가 지속되자 일부 선주사들은 이를 기회로 지나치게 낮은 선가를 요구하고 있어 조선업계의 빈축을 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조디악(Zodiac Maritime Agencies)은 지난달 5천TEU급 컨테이너선 10척에 대한 발주를 추진했으나 조디악이 4천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가를 요구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벌크선과 유조선 발주가 급감한데 이어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 시장도 한진중공업이 수주하기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5천700TEU 발주에 그칠 정도로 얼어붙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장을 돌리기 위한’ 저가 수주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세계 최고 조선사를 자부하는 현대중공업도 예외일 수 없는 처지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KDB한국인프라자산운용이 발주하고 대만 에버그린(Evergreen)이 용선하는 방식으로 1만3천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지 업계에 따르면 척당 선가가 1억1천50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가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1억7천만 달러에 비하면 30% 이상 떨어졌을 뿐 아니라 클락슨이 이와 비슷한 크기의 선박 선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클락슨이 집계한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군산조선소 포함)은 564만5천CGT(132척)로 808만4천CGT(220척)에 달했던 1년 전에 비해 243만9천CGT(88척)나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선가가 낮아’ 수주활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현대중공업도 이제는 일감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191만6천CGT(55척), 대우조선해양은 94만CGT(40척) 감소해 감소폭이 현대중공업에 비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