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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배상, 조선업계엔 ‘남 얘기’?

국내 상당수 중소조선사에 치명타…피해규모 확인 안돼
RG발급·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얽매여 소송 생각도 못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8-28 16:44

최근 테크윙, 엠텍비젼, ADM21, 온지구 등 4개 기업이 하나은행 등 은행권에 제기한 키코(KIKO) 배상 소송에 승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로 손실을 겪었던 중소기업들에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도 못하고 재무구조개선약정 등에 얽매여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는 테크윙을 비롯한 4개 기업이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은행은 기업들이 청구한 금액의 60~70%를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도 예측하기 힘든 환율 변동 방향이나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 은행권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이유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내 조선업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로 인한 손실이 많았으나 현재로서는 피해규모 뿐 아니라 은행을 상대로 키코 배상소송을 진행 중인 조선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내 중소조선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 회원사 중 키코와 연관된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으며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조선업계 키코 피해 관련해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선박 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는 은행을 상대로 조선사가 싸움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고 키코로 막대한 규모의 채무를 안겨준 은행들이 현재 조선사의 채권단으로 있기 때문에 조선사, 특히 중소조선사들은 키코 피해배상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중소조선사들은 RG를 발급해주는 은행이 키코 가입을 권하면 이를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도산하거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상당수의 조선사들에 키코는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전문가가 없는 중소조선사들은 키코가 은행과 계약한 범위 내에서 환율이 떨어질 경우 약간의 도움이 될 것으로만 생각했지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계약을 한 당사자가 책임이라고 할 수 있으나 키코의 높은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박 한 척의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업계 특성 상 키코에 따른 피해 규모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며 “키코로 결정타를 맞은 중소조선사는 자금유동성 문제로 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지 못하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조선사들의 채권단인 은행들은 키코와 관련해 특정 조선사와 소송 등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키코에 가입했을 뿐 은행권에서 강요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키코는 은행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금융상품 중 하나일 뿐이므로 은행이 굳이 이 상품에만 매달려서 실적경쟁을 할 이유는 없다”며 “환율 변동에 따라 가입자가 수익을 낼 수는 있어도 은행이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