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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소조선사, ´희망고문´ 언제까지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09-19 05:00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조선 시장이 좋아질 거라고 하는데…현재는 당장 하루하루 살아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변한 것이 없어요.”

지방의 한 중소조선소를 찾아간 기자에게 조선소 관계자는 이런 얘기들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실제로 외신에서는 CSAV가 오는 2014년이면 컨테이너선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며 1만TEU급 선박 10척 발주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대체에너지인 LNG 수입을 위한 선박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또한 리크머스그룹(Rickmers Group)의 한 경영진은 선박 연료로 쓰이는 벙커씨유 가격 급등에 따른 운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선사들이 기존의 구식 선박을 폐선시키고 연비를 향상시킨 선박으로 새롭게 선단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는 등 침체일로를 달리던 조선시장에 희망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에 남아있는 조선소 중 다시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조선소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경남 통영에 위치한 삼호조선이 파산한데 이어 21세기조선도 현재 남아있는 선박 건조가 마무리되면 정리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 조선소와 인접한 신아SB(구 SLS조선)는 지난 6월 유럽 선사와 MR탱커 6척 수주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듯 했으나 은행권이 선박 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y) 발급을 미루면서 속을 태우고 있다.

신아SB 관계자는 “은행 측에서 아직까지 RG 발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조선소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선박 수주가 필수적이므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조선소들도 오리엔트조선의 경우 수리조선으로 사업방향을 돌렸고 중견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은 비교적 수주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자금유동성 문제로 감자, 계열사 매각 등 혹독한 재무구조 개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제 ‘저가수주’가 화두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느냐’가 화두가 되고 있다.

수익이 없는 계약 건이라고 해도 수주만 된다고 하면 당장 도크를 채우는 게 급선무이고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RG 발급을 거부하는 은행을 지속적으로 설득시켜야 하는 것이 현재 중소조선소들의 가장 큰 목적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년에는, 아니면 그 다음해에는 좀 괜찮아지겠지라고 버틴 게 벌써 4년째에요. 이제는 선가가 더 떨어질 곳도 없으니 내년부터는 약간씩이나마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작 유럽 금융위기로 인해 선주사들이 선박 발주를 하고 싶어도 선박금융을 확보하지 못해 미루고 있다는 얘길 들으면 가슴만 답답해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기자에게 긴 한숨과 함께 푸념 섞인 말을 뱉어낸 한 중소조선소 관계자의 모습에서는 그동안 깊었던 고민만큼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