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3일 15:53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자존심 버린 日 조선업계, ´저가수주´ 나섰다

기술력 앞세워 높은 선가 고집하던 기존 사업방향 포기
아시아·남미 현지 조선소 확보로 가격경쟁력 강화 추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2-10-04 17:56

▲ 미츠비시중공업 고베조선소 전경.

장기불황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조선업계가 지금까지 내세웠던 ‘가격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해외 조선소 인수를 추진하며 전면적인 가격경쟁에 나서고 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미츠비시중공업은 최근 자국 언론인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됐던 인도 조선소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일 미츠비시중공업이 오는 2015년까지 인도 L&T(Larsen&Toubro)중공업 계열사인 L&T조선의 지분비율을 늘려 경영권을 가져갈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미츠비시중공업은 지난 6월 L&T조선의 지분을 취득할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미츠비시중공업의 해외 조선소 인수 추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당시 히사시 하라 미츠비시중공업 조선해양개발본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L&T조선의 지분 취득을 검토 중”이라며 “수년 내에 L&T조선은 미츠비시중공업의 첫 번째 해외 조선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츠비시중공업 외에도 일본 조선업계는 중국, 브라질 등 외국에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기존 현지 조선소에 대한 협력관계 구축 등을 통해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일본 IHI마린은 삼성중공업이 협력관계를 정리한 브라질 EAS(Estaleiro Atlantico Sul) 조선소에 대한 기술지원에 나섰으며 이미 중국 2개 조선소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와사키중공업도 브라질 EEP(Estaleiro Enseada do Paraguacu)와 공동으로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Bahia)주에 대형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 조선업계가 해외 조선소 확보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일본 내 조선소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수준으로 인해 수주경쟁에서 한국 및 중국 조선업계에 뒤쳐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계 황금기 시절만 해도 기존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선사들과 자국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 조선업계의 선가가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술력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뒤쳐진다고 보기도 힘들고 경기침체에 환율문제까지 겹치면서 자국 조선업계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던 일본 선사들마저 가격을 중시하게 되자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경쟁은 한층 더 힘들어졌다.

또한 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계 관련 인력을 대폭 줄인 후 기존 설계도에 따른 선박 건조만을 고집한데다 1990년대 메가플로트 사업에 매진하며 해양플랜트 진출의 기회를 놓친 것도 일본 조선업계 침체를 가속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선주사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선박 건조에 반영하며 침체기에 들어선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조선 강국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조선업계는 기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비를 크게 향상시킨 친환경 선박 디자인을 앞세우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강조했던 일본 조선업계도 이제는 가격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