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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봉착한 일본 조선, 브라질 시장 ‘눈독’

가와사키중공업 이어 IHI그룹도 브라질 조선소 지분 매입 나서
가격경쟁력·해양플랜트 시장 진출 ‘두마리 토끼’ 사냥 성공할까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3-01-07 20:08

▲ 브라질 EAS(Estaleiro Atlantico Sul) 조선소 전경.

한국, 중국에 이어 만년 3인자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조선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조선소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가와사키중공업에 이어 일본 IHI그룹도 브라질 최대 조선소의 지분을 매입키로 해 향후 일본 조선업계의 해외 진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일본 IHI그룹은 브라질 최대 조선소인 EAS(Estaleiro Atlantico Sul) 지분 30%를 취득하기 위해 자국 내 투자자들을 모집 중이다.

총 1천억엔(미화 약 11억 달러)에 달하는 이번 지분인수는 EAS에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 IHI마린유나이티드(IHI Marine United)와 올해 1월1일부터 재팬마린유나이티드(Japan Marine United Corp)라는 이름으로 합병한 일본 유니버설조선(Universal Shipbuilding)이 나서게 되며 다른 일본 기업들도 투자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가와사키중공업이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Bahia)주에 건설하고 있는 대형 조선소 지분 30%를 매입한 이후 발표된 것으로 일본 내에서 한계를 느낀 일본 조선사들의 해외 조선소 확장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2개 조선소에 대해서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와사키중공업은 브라질 기업인 EEP(Estaleiro Enseada do Paraguacu)와 공동으로 조선소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 조선소에서는 해양지원선(OSV), 드릴십 등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일본 조선사인 미츠비시중공업도 지난해 인도 L&T(Larsen&Toubro)조선소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본 조선업계의 해외 조선소 확장 움직임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에 밀려 자국 선사들로부터도 외면받기 시작한 일본 조선업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이전에 글로벌 조선 강국이었던 일본은 지금까지도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앞세워 가격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국 조선업계가 무너져버린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그 해답을 해외 조선소 확장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계의 브라질 조선소 지분 확보는 브라질의 ‘자국 건조주의’에 따른 것이나 한국 조선업계에 밀려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을 브라질 시장을 통해 극복해보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자국 해역에 막대한 규모의 석유 및 가스자원이 매장된 브라질은 해양자원 개발을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선박 및 설비는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 전 대통령은 물론 지우마 호세프 (Dilma Rousseff) 현 대통령도 자국 산업 부흥이 집권당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외국 조선사에 선박이나 설비를 발주할 수 없다”며 “하지만 브라질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거나 지분관계가 있을 경우 브라질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 케펠(Keppel)과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e)이 지난해 브라질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로부터 총 100억 달러가 넘는 해양설비를 수주한 것도 브라질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펠은 브라질 앙그라 두스 헤이스(Angra dos Reis)에 위치한 자회사 에스탈레이로 브라스펠스(Estaleiro BrasFELS)에서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및 반잠수식 시추선 등을 건조하고 있으며 셈코프마린은 에스탈레이로 주롱 아라크루즈(Estateiro Jurong Aracruz) 조선소에서 다수의 드릴십을 건조 중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이들 조선소와 달리 브라질 내 다른 조선소들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플랜트는 물론 유조선 건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자국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EAS는 현재 브라질 국영기업인 트랜스페트로(Transpetro)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1척,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7척, 드릴십 6척 등을 수주잔고로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인도한 선박은 15만t급 유조선 ‘주앙 칸디도(Joao Candido)’호가 유일하다.

이 선박은 조선소 건설 및 선박 건조에 대한 기술지원에 나섰던 삼성중공업의 도움으로 지난 2010년 5월 진수했으나 삼성중공업의 지원이 끊어진 이후 마무리작업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진수 이후 만 2년이 지난 지난해 5월에야 겨우 인도할 수 있었다.

EAS를 기반으로 브라질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삼성중공업은 현지 조선산업 현실을 감안했을 때 사업추진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3월 보유하고 있던 6%의 지분을 매각하며 EAS와의 협력관계를 정리했으며 이후 EAS는 삼성중공업을 대체할 기술적 협력자로 IHI마린에 도움을 요청했다.

따라서 일본 조선업계의 브라질 진출은 한국에 내준 해양플랜트 시장을 다소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자 브라질 정부 입장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받아들여 자국 산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 등 한국 메이저 조선사들이 이미 브라질 현지 조선소의 지분 취득을 비롯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본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라질이 해양설비나 선박을 발주하겠다고 발표를 해도 이 계획이 몇 년 후에 실행될지는 브라질 정부에서도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오는 2020년까지 250척의 설비 및 선박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 브라질 시장이 아쉽기는 하나 이를 근거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