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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이번 수주도 놓치면 끝장”

계약 위해 영도조선소 찾은 외국 선주사 눈에 비친 건 천막농성
“또다시 수주 무산되면 그때는 정말 길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3-01-23 08:32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을 막고 있는 천막들. 복수노조법에 따라 출범한 한진중공업노동조합이 대표노조로 인정되며 단체교섭권을 상실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수주 재개 및 회사

[부산=신주식 기자]“최근에 영도조선소를 방문한 외국 선주사 관계자들을 찾아가 최상의 품질로 납기 내에 선박을 건조할테니 이번 계약 건은 반드시 체결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이것마저 놓치면 우리는 정말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지 모릅니다.”

지난 22일 부산 영도조선소를 방문한 기자에게 한진중공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수주건마저 놓치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외국 선주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영도조선소 정문에는 기존 노조였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관계자들이 고 최강서 씨 사망 이후 천막을 치고 한 달이 넘도록 농성을 지속하고 있으며 선박 발주를 위해 방문한 외국 선주사 관계자들 역시 이 모습을 보고 돌아갔다.

한진중공업노조 관계자가 외국 선주사 관계자를 직접 만나 선박 건조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은 ‘희망버스’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 2011년 말 의향서(LOI)까지 체결하고 무산됐던 수주 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노총을 비롯해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영도조선소를 뒤흔드는 모습을 본 외국 선주사는 계약을 포기했고 이후 한진중공업은 선박 수주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수주건도 가계약까지는 체결한 상황이라 본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도조선소 정문을 막고 있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천막과 곳곳에 내걸린 투쟁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번 수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한진중공업지회는 복수노조법에 따라 한진중공업노조가 출범하기 전까지 영도조선소의 대표노조였다. 하지만 지난해 한진중공업노조 출범에 이어 조합원의 70% 이상이 새로 출범한 노조로 옮기며 한진중공업지회는 대표노조로서의 자격과 단체교섭권을 상실했다.

상황은 변했으나 한진중공업지회는 휴직 상태였던 고 최강서 씨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파업 및 회사 기물 파손으로 인한 158억원의 손해배상금 청구 취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진중공업지회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이 추가적으로 이탈하며 현재 한진중공업지회 소속 조합원은 2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천막농성도 40명에 달하는 집행부 중 절반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가 집회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한진중공업노조 조합원들에게까지 전화 및 편지, 자택 방문 등의 방법으로 집회 참여를 재촉함에 따라 조합원들의 스트레스도 가중되고 있다.

당장 수주가 절박한 사측과 한진중공업노조는 한진중공업지회가 천막농성을 그만 두고 개별적인 논의에 나서기만을 바라는 실정이다.

한진중공업노조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지회가 최근 사측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측이 교섭권을 상실한 노조와 교섭에 나서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재 대표노조인 한진중공업노조가 한진중공업지회의 입장을 사측에 충분히 대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보냈으나 한진중공업지회는 대표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수주를 통한 회사 정상화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주를 가로막는 행동에 나서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다시 회사로 돌아와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을 위해서라도 천막농성을 그만 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내 발전5사가 공동으로 발주하는 15만t급 벌크선 9척 수주에도 사활을 걸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무엇보다 수주 ‘물꼬’가 트이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희망버스’ 이후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유급휴직에 들어간 상황에서 어떻게든 선박을 수주하고 정상적으로 건조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도조선소로의 발주를 꺼리는 다른 선주사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지회는 이와 같은 영도조선소의 절박한 심정을 외면한 채 오는 26일 경남권 노동단체들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하는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 선주사들 사이에서는 영도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여전히 불안하다며 근황을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또다시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영도조선소의 수주를 막아선다면 우리나라 ‘조선1번지’는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