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0일 15:49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일본 조선, 브라질서 ‘타도 한국’?

미츠비시 컨소시엄, 브라질 에코빅스 조선소에 300억엔 투자
“해양플랜트 강국 한국 따라잡겠다”…현실은 쉽지 않은 도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3-10-28 15:55

▲ 브라질 대형 조선소인 EAS(Estaleiro Atlantico Sul) 전경. 삼성중공업은 EAS 조선소 건설부터 첫 호선인 15만t급 유조선 ‘주앙 칸디도(Joao Candido)’호 진수까지 기술지원에 나섰으나 지난 2012년 보유하

미츠비시중공업을 필두로 한 일본 조선업계가 브라질 조선시장을 발판으로 해양플랜트 시장 강국인 한국 추격에 나섰다.

‘자국 건조주의’를 내세우는 브라질 조선시장에 기술지원 및 지분확대를 통해 진출함으로써 1990년대 한국에 내준 글로벌 조선강국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28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츠비시중공업을 비롯해 이마바리조선(Imabari Shipbuilding), 나무라조선(Namura Shipbuilding), 오시마조선(Oshima Shipbuilding) 등 일본 4대 조선사는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브라질 조선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츠비시 컨소시엄은 해양플랜트 건조업체인 브라질 에코빅스엔제빅스(Ecovix Engevix) 조선소 지분 30%를 인수한 후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위해 총 300억엔(미화 약 3억800만 달러)이 투자된다.

미츠비시 컨소시엄은 이번 투자가 글로벌 해양플랜트 강국인 한국 조선업계를 따라잡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이치 쿠지라이(Yoichi Kujirai) 미츠비시중공업 임원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각 조선사들의 기술력을 결집하면 우리는 충분히 한국과 중국을 앞지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본이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 조선업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브라질 국영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자국의 풍부한 해양에너지 개발에 나서며 자원 개발과 운송에 필요한 설비 및 선박의 ‘자국 건조주의’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 2008년 7척씩 4차례에 걸쳐 총 28척의 드릴십을 발주한다는 계획을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이들 드릴십은 모두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케펠(Keppel), 셈코프(Sembcorp Marine) 등 싱가포르 업체들이 지난해 페트로브라스와 금융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세테브라질(Sete Brasil)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 드릴십,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등 100억 달러가 넘는 수주에 성공한 것도 브라질 현지법인인 에스탈레이로 브라스펠스(Estaleiro BrasFELS), 에스탈레이로 주롱 아라크루즈(Estateiro Jurong Aracruz)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미츠비시 컨소시엄은 에코빅스 조선소에 10명으로 구성된 미츠비시중공업 기술진을 파견하는 등 기술지원과 함께 지분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브라질을 기반으로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두 번째로는 가격경쟁력에서 한국, 중국에 뒤처지는 일본이 브라질을 무대로 경쟁에 나설 경우 페트로브라스 발주수요를 바탕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좀 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에코빅스 조선소가 페트로브라스와 금융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세테브라질(Sete Brasil)로부터 FPSO 8척, 드릴십 3척 등 적지 않은 물량을 수주한 것도 미츠비시 컨소시엄이 해양플랜트 시장 발판으로 에코빅스 조선소를 정한 이유가 됐다.

따라서 일본이 브라질 조선사 지분확대에 적극 나서며 ‘타도 한국’을 외치는 이유는 침체에 빠진 자국 조선산업의 불리함을 딛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츠비시중공업은 자료를 통해 “자본참여와 기술지원을 통해 에코빅스 조선소가 발주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우수한 품질의 설비를 계약기간 내에 건조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와 같은 도전이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삼성중공업이 기술지원에 나섰던 브라질 EAS(Estaleiro Atlantico Sul)의 경우 조선소 설립 후 첫 호선이었던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주앙 칸디도(Joao Candido)’호 건조조차 진수 후 인도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브라질 조선소가 이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해양플랜트 건조에 성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적으로 해양플랜트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도 초기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로 ‘수업료’를 지불해가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야만 했을 정도로 진출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조선업계가 아무리 많은 기술진을 브라질 현지에 파견한다 하더라도 첫 호선을 비롯한 초기 설비들에 대해서는 건조하더라도 이후 유지보수 등에 적지 않은 노동력과 자본이 투입돼야 하며 유조선 건조도 쉽지 않은 브라질 조선업계의 실정을 감안하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 한국에 ‘조선 강국’의 지위를 내준 일본 조선업계에서 해양플랜트 건조경험을 갖고 있는 조선사는 거의 없다는 점도 일본의 도전이 낙관적이지 못한 이유다.

실제로 이번 미츠비시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본 조선소 중 이마바리, 오시마, 나무라 조선소는 해양플랜트 분야와 관련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계인력을 줄이고 기존 모델의 선박을 ‘찍어내는’ 일에만 집중하다 조선 강국 지위를 한국에 내준 일본이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자국이 아닌 브라질을 무대로 다시 도약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기술지원에 따른 기술료 수입과 지분투자로 인한 지분수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