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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수빅 “이젠 숙련공 양성 주력”

수주잔량 세계 10위권…지속성장 위해 숙련공 더 많아져야
“70년 영도 기술력을 수빅에” 다양한 교육·성과 포상 시행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3-11-08 08:24

“이제 중요한 것은 수빅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 근로자들이 일에 대한 성취감과 함께 오랜 기간 함께 일함으로써 숙련공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상선 뿐 아니라 향후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와 같은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이 장기 근속하는 숙련공 확보가 우선적입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숙련공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 5천4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 중인 수빅조선소 6도크 모습. 길이 550m, 폭 135m, 깊이 13.5m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6도크는 초대형 선박 건조라는 한진중공업의 꿈을 실현시켰다.ⓒEBN

8만평에 불과한 부산 영도조선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된 수빅조선소는 총 300ha(약 90만평)의 부지에 3.7km에 달하는 안벽,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6도크(길이 550m, 폭 135m, 깊이 13.5m) 등 아무리 큰 선박이라도 생산해낼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지난 2008년 4천300TEU급 컨테이너선 인도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벌크선을 비롯해 유조선, 플로팅도크 등 총 10억 달러가 넘는 선박 및 설비를 인도하며 연간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선박 51척, 설비 6기 등 조선소 건설 이후 약 33억 달러의 인도실적을 기록한 수빅조선소는 현재 컨테이너선 34척, LPG선 6척, 해양플랜트 2척 등 오는 2016년까지의 일감도 확보했다.

그 결과 지난달 중순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발표한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에서 수빅조선소는 9월 말 기준 108만5천CGT(32척)의 일감을 보유하며 글로벌 16위,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조선소 중에서는 8위에 올라 있다.

수빅조선소의 성장은 조선경기 침체와 함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국내 기자재업계에도 힘이 되고 있다.

배관공장, 철의장공장, 후처리공장 등 수빅조선소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자재들은 직접 생산하고 있으나 엔진을 비롯한 주요 설비들은 필리핀에서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달 정기적으로 자체 건조한 선박을 이용해 기자재들을 운송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한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보다 물류비가 더 들어가긴 하지만 필리핀 근로자들의 급여가 한국 근로자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수빅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며 “선종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통상 영도조선소의 85% 수준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 조선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을 안고 도전하는 것이지만 70년에 걸친 영도조선소의 기술력과 노하우, 40년에 걸친 필리핀 건설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수빅조선소를 구축했다”며 “이로써 한진중공업은 규모의 경제 실현 및 글로벌 조선소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고 국내 기자재업계의 판로확대에도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은 뛰어난 입지조건 및 인프라 시설,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풍부한 영어권 노동력 등을 바탕으로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조선소로 성장시켰으나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 영빈관에서 바라본 수빅조선소 전경. 90만평의 부지에 건설된 수빅조선소는 39만평의 예약부지를 확보해두고 있어 향후 경기회복으로 일감이 늘어나더라도 바로 추가설비 투입이 가능하다.ⓒEB

우선적으로 필리핀은 매년 7월부터 11월 초까지 우기가 찾아오는데 이 기간에는 강수량이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따라서 수빅조선소는 우기에도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선소 곳곳에 비를 막을 수 있는 쉘터(Shelter)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수빅조선소 관계자는 “쉘터는 기차처럼 레일을 통해 조업이 이뤄지고 있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어 비가 오더라도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하다”며 “도장공장도 대형 쉘터 4개가 설치돼 있어 비의 영향을 받진 않으나 아무래도 습도가 높아지는 것 때문에 맑은 날만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천성적으로 욕심이 없고 ‘안빈낙도’적인 필리핀 근로자들의 성향도 수빅조선소 초기에는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필리핀 서민들은 돈이 생기면 파티를 즐기고 돈이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일 년 내내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을 먹으며 살아가는데 이런 이유로 월급을 받으면 그날 밤새워 술을 마시고 다음날 결근하는 근로자들이 자주 발생했다.

수빅조선소가 급여를 2주마다 지급하는 이유는 미국 헌법을 그대로 들여온 필리핀 노동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나 한 번에 많은 돈을 지급하면 파티로 월급을 다 쓰고 며칠씩 결근하는 근로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필리핀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현지 교민은 “양극화가 심한 필리핀에서는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신분상승에 한계가 있어 우수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필리핀 사람들이 착하고 삶의 질 만족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이유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재의 삶에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도 11월이 늦가을에 속하나 낮에는 기온이 여전히 30℃를 웃돌아 밖에서 10분을 서있는 것도 힘들다”며 “이와 같은 기후에서 근면성실하게 일한다는 것은 보통의 의지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수빅조선소는 필리핀 근로자들이 오랜 기간 성실히 일해 기술력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보람과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힘쓰고 있다.

수빅조선소 관계자는 “장기근속자에 대해서는 몇 년 단위로 포상하고 능력과 근속년수에 따른 대우도 해주면서 일에 대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며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지금까지 3만5천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등 교육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빅조선소가 수주물량 확보와 함께 안정화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숙련공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며 “쯔네이시세부(Tsuneishi Cebu), 케펠(Keppel) 수리조선소 등 인근에 위치한 조선소로 숙련공이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