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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에게 듣는다]③브라질 경제위기, 조선업계도 타격

펠리뻬 플로레스 삔뚜 브라질 상무관 “당장 필요한 용접인력도 절대 부족”
“페트로브라스마저 힘들다”…‘EBN 프로그램’ 및 해외 투자유치 적극 추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4-02-28 16:05

조선과 해양플랜트, 해운 산업은 한 국가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 산업이다. 이에 따라 각 분야별로 깊이 연관된 국가도 다양하며 각국의 정책에 따라 국내 업계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여기서는 주한 파나마 대사관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각국 대사 및 해당 산업 담당자들을 만나 업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과 시장 전망, 계획 등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 펠리뻬 플로레스 삔뚜 주한브라질대사관 상무관.ⓒEBN

“한때 일본에 이어 글로벌 2위의 조선강국이었던 브라질은 해양석유자원을 발견하면서 다시 조선산업 부흥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브라질 조선업계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나 장기적인 정책을 세우고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펠리뻬 플로레스 삔뚜(Felipe Flores Pinto) 주한브라질대사관 상무관은 브라질 조선업계의 현안과 해결할 과제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브라질은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손꼽히던 조선 강국이었으나 일본 조선산업이 침체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조선산업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

사양길을 걷던 브라질 조선산업은 지난 2003년 브라질 해역에서 ‘프레솔트(Pre-Salt)’라고 불리는 대규모 해양자원이 발견되면서부터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브라질 정부는 자국 바다에서 발견된 자원을 개발하는데 자국 조선소가 만든 설비 및 선박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조선산업의 부흥에 나섰다.

하지만 25년이라는 세월동안 정체돼있던 브라질 조선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용접기술자를 비롯한 인적자원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다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자국 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해외 자본유치도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노르웨이 해양자원이 해안에서 30km 이상 떨어진 위치에 4천m 이상 깊은 해저를 시추해야 하는 것에 비해 브라질 해양자원은 해안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8천m 이상의 심해에서 자원을 채굴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와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브라질 정부는 2004년부터 프로메프(PROMEF)라는 유조선 및 장비 현대화 프로그램을 추진해온데 이어 2010년부터는 EBN 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15년을 기한으로 하고 있는 EBN 프로그램은 1차로 오는 2017년까지 26척, 2025년까지 23척 등 총 49척의 선박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메프 프로그램에 자국 조선업계가 부응하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EBN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현재 브라질을 덮치고 있는 경제위기가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글로벌 10대 갑부였던 에이케 바티스타(Eike Batista)의 몰락은 현재 브라질 경제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201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선정된 바 있는 바티스타는 EBX그룹을 이끌며 적극적인 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바티스타가 투자한 석유광구 3곳이 경제성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바티스타 회장의 입지도 급전직하했다.

EBX의 석유 계열사인 OGX가 지난해 10월 말 약 5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브라질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11월에는 OGX의 조선 자회사인 OSX도 2조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국 언론에서는 EBX 계열사들 이름이 ‘X’로 끝난다는 점을 들어 ‘X제국’의 몰락이 시작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삔뚜 상무관은 브라질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긴 했으나 자원개발과 조선산업 부흥이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 만큼 브라질 정부도 우수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삔뚜 상무관은 “브라질 조선산업은 석유관련 비중이 가장 큰데 케펠(Keppel)이 운영하고 있는 브라스펠스(BrasFels), 미츠비시중공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에코빅스(Ecovix) 등 석유 관련 플랫폼을 만드는 조선소들 중에는 운영이 잘 되고 있는 조선소들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티스타 회장이 4~5년 전 OSX 조선소와 연계된 교육기관을 세우고 한국 엔지니어들을 초청해 브라질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갑작스레 다가온 위기로 무산돼 아쉽다”며 “한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주요 사업으로는 한국선급이 참여하는 ‘ONH’ 프로젝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ONH(Offshore Nautical Hub) 프로젝트는 해안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프레솔트의 물류개선을 위해 중간 기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난해 10월 한국-브라질 자원협력위원회에서 페트로브라스 측에 조선·해양산업 협력의제로 제안했다.

한국선급이 제안한 ‘ONH’ 프로젝트는 브라질 정부 및 기업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으며 이에 따라 현재 한국선급은 브라질 퀘벡(Quebec)을 파트너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남미 지역은 페루와 칠레의 해안선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해군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TX조선이 지난해 말 칠레로부터 연안경비정 5척을 수주한 것과 대선조선이 페루로부터 다목적 군수지원한 2척에 대한 설계도면 및 기자재 패키지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브라질은 이런 남미 국경분쟁과 연관돼 있진 않으나 자국의 해상자원 보호를 위한 해군력 강화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삔뚜 상무관은 “현재 해군력 강화를 위해 프랑스 DCNS와 잠수함 건조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방산부문과 관련해서 한국과 논의 중인 것은 없다”며 “앞으로도 잠수함 외에 군함 등 해군력 강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영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도 현재 재정적인 면에서 약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브라질 경제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해양자원 개발과 조선이 석유가격에 민감한 산업들인 만큼 현재로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부분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