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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마지막 단일선체 VLCC ‘역사 속으로…’

“20년 전만 해도 376척” 환경규제로 설 자리 잃어
한국도 태안사고로 2011년부터 단일선체 입항 규제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2-27 05:00

▲ 단일선체(Single Hull) 유조선 전경.ⓒEBN DB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단일선체 VLCC(초대형원유운반선)가 최근 폐선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단일선체 유조선은 ‘엑손 발데스’호,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 사건이 국제적인 이슈가 됨에 따라 현재는 유조선 뿐 아니라 모든 선종에 대해 사고 발생 시 기름유출 가능성이 적은 이중선체로 건조되고 있다.

27일 업계 및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26만5천DWT급 ‘알바(Alba)’호가 최근 폐선됐다.

지난 1989년 건조된 이 선박은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단일선체(Single Hull) VLCC로 알려졌는데 선박 소유주인 SBM은 2011년 4월 그리스 선사인 다이나콤(Dynacom)으로부터 이 선박을 2천500만 달러에 매입했으며 선박 이름도 ‘알바트로스(Albatross)’호에서 ‘알바’호로 변경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계선 상태에 들어간 이후 폐선될 때까지 운항에 나서지 않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SBM은 이 선박을 매입해 FP(부유식 생산설비), 또는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로 개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후 계선됐으며 1천만 달러의 가격에 폐선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선체 VLCC는 20년 전인 지난 1996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376척이 운항에 나설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선사 입장에서는 유조선 중 가장 큰 VLCC를 운항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화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에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9년 ‘엑슨 발데즈(Exxon Valdez)’호가 미국 알래스카 인근 프린스윌리엄 해협에서 좌초되며 25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유출시키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제해사기구(IMO) 주도 아래 단일선체 유조선에 대한 퇴출 작업이 진행돼왔다.

당시 사고로 인해 청정해역인 프린스윌리엄 해협 인근에서 살고 있던 바다새 50만 마리와 수백마리의 바다표범이 몰살됐으며 연어 산란지가 파괴되는 등 이 지역 어업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또한 선주사였던 미국 엑슨(Exxon)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사고 발생 이후 19년 만인 2008년 6월에서야 미국 연방대법원이 25억 달러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선고하며 마무리됐다.

이 선박은 사고 이후 ‘엑손 메디테리니언(Exxon Mediterranean)’호, ‘S/R 메디테리니언(S/R Mediterranean)’호, ‘메디테리니언(Mediterranean)’호 등으로 여러 차례 선명이 변경되다 2007년 12월 중국 코스코(Cosco) 자회사인 홍콩블룸시핑(Hong Kong Bloom Shipping)에 3천200만 달러에 매각됐다.

이후 선종개조를 통해 21만4천DWT급 벌크선 ‘오리엔탈 니체티(Oriental Nicety)’호로 변신한 이 선박은 2012년 8월 폐선되며 기구했던 운명을 마감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이 선박은 태안기름유출 사고로 국내에 큰 피해를 끼쳤던 ‘허베이 스피리트(Hebei Spirit)’호와 비슷한 운명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선사에 매각됐던 2007년 12월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이 이동하다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해 태안기름유출 사고가 났던 시기이며 폐선된 것도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같은 2012년 8월로 우연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1993년 건조된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km 지점에서 정박해 있다가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바지선인 ‘삼성 1호’와 충돌하며 선체에 구멍이 발생해 1만2천547 kL(약 7만9천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유출시켰다.

이 사고로 태안반도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으며 한국과 중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11년부터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같은 단일선체유조선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태안기름유출 사고는 지난 2011년 말까지 손해배상을 요구한 개인 및 단체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데다 총 요구금액도 실제 지급 가능한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23억 달러를 넘어서며 국제 보험업계에서도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3천600억원에 달하는 피해보상금을 내놓으며 사고 발생 6년 만에 마무리했으나 이 보상금을 두고 현재까지도 각종 민·형사상 재판이 진행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사고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관 전담부서를 별도로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난해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해상크레인을 지원할 때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당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기름을 유출시켰던 사고로는 지난 1979년 발생한 ‘아틀란틱 엠프리스(Atlantic Empress)’호 사건이 꼽히고 있다.

이 선박은 트리니다드토바고 앞바다에서 충돌사고로 28만7천t에 달하는 원유를 유출시켰는데 원유 유출량만 보면 3만7천t을 유출시켰던 ‘엑슨 발데즈’호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사고 해역이 해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엑슨 발데즈’호처럼 해안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진 않았다.

한국 국적인 ‘시프린스’호도 지난 1972년 충돌사고로 12만t에 달하는 원유를 유출시킴으로써 중동 오만에 큰 피해를 끼친 바 있다.

이를 포함해 1967년부터 1999년까지 20세기에 발생한 주요 기름유출 사고는 15건으로 총 원유 유출량은 189만3천200t에 달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사고로는 단연 2010년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이 최악으로 꼽히고 있다.

해상시추설비인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호에서 시추 작업 중 폭발방지장치(BOP, Blowout Preventer)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이 사고로 1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수심 1천500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정확한 원유 유출량은 확인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한 기름띠의 면적은 한반도 전체 면적을 넘어섰으며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원유 유출량은 약 500만 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유조선 뿐 아니라 벌크선, 컨테이너선, 가스선까지 이중선체 구조로 건조되고 있으며 유럽 각국이 선사들에게 안전과 환경보호를 위해 이중선체를 강제하는 상황”이라며 “태안기름유출 사건도 선박이 이중선체였다면 기름유출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 이후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은 해양플랜트 발주 시 오랜 기간 안정성을 검증 받은 업체들을 위주로 계약에 나서는 등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기자재업체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