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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2천개의 비밀?

2만TEU급 선박, 1만8천TEU급과 길이·폭 같아
같은 크기 선박에 화물적재량 늘리는 것이 ‘기술’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3-12 15:36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머스크 맥키니 몰러(Maersk MC-Kinney Moller)’호 전경.ⓒ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의 길이는 399m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세계 최초로 수주한 2만TEU급 컨테이너선의 길이는 400m로 대우조선의 1만8천TEU급 선박과 길이 차이가 1m입니다.

선박 폭은 대우조선의 1만8천TEU급 선박이 59m,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2만TEU급 선박은 58.8m로 미세한 차이지만 더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의 폭이 오히려 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우조선이 건조해서 인도한 선박은 1만8천270개의 20피트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으며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은 2만100개,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보도된 것은 2만150개로 돼 있습니다. 길이는 1m 더 길고 폭은 0.2m 좁은 선박이 최대 1천880개의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선박 밑바닥부터 갑판까지의 높이는 대우조선의 선박이 30m,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이 32.8m로 2.8m 차이가 납니다. 20피트 컨테이너의 높이가 약 2.5m이므로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은 컨테이너를 한 층 더 높이 쌓아올릴 수 있는 셈입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항구에 입항해 화물을 처리하는데 있어 선박의 길이는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며 “하지만 선박의 폭과 높이는 해당 항구의 시스템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화물 처리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컨테이너선이 입항하는 대부분의 항만은 길게 이어진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선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정박할 수 있으며 컨테이너를 옮기는 갠트리크레인이 각 선박들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화물을 처리합니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호이스트(Hoisting System)가 연결된 지브(Jib)의 길이 등이 이전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 위주로 설계된 항만이 많으며 따라서 이전 선박들보다 폭이 넓어진 초대형 선박을 취급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항만들은 초대형 선박을 받아들이기 위해 적잖은 설비투자를 단행해왔으며 현재는 초대형 선박의 입항 및 화물처리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덴마크 최대항만인 코펜하겐항의 경우 1만8천TEU급 컨테이너 입항을 대비해 최대 23열의 컨테이너까지 처리할 수 있는 크레인시스템을 도입했는데 투자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컨테이너를 한 층 더 높이 쌓을 수 있다면 몇 개의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을까요? 대우조선 본사 1층 로비에는 그동안 건조해 인도한 주요 상선 및 해양플랜트 모형이 전시돼 있는데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모형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형 선박은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있는데요, 선박 앞뒤로는 총 24개, 좌우로는 최대 23개의 컨테이너가 실려 있습니다. 모형 선박은 실제 건조하는 선박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전문업체가 제작하는 것인 만큼 모형 선박에 적재되는 컨테이너 개수와 실제 선박에 실리는 컨테이너 개수는 동일합니다.

▲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1층에 전시된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모형.ⓒEBN DB

모형 선박은 길이가 12m인 40피트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제작됩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40피트 컨테이너는 한 층에 552개, 길이 6m인 20피트 컨테이너는 1천104개가 실리는 셈인데 선박 앞부분과 뒷부분은 폭이 좁기 때문에 한 열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가 23개보다 적습니다.

또한 갑판 위에는 최대 10개의 컨테이너가 쌓아올려져 있으나 갑판 아래인 선체 부분에 적재되는 컨테이너도 계산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선박 설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1만8천TEU급 선박의 경우 갑판 아래인 선체 부분에도 7~8층의 컨테이너가 실리므로 최대로 쌓아올릴 수 있는 컨테이너는 17~18층 정도입니다.

하지만 선체 부분에는 대우조선의 경우 머스크로부터 수주한 선박의 메인엔진이 두 개이기 때문에 그만큼 선체 내부의 공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가 의무적으로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MS, Ballast Water Management System),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설비, 연비향상을 위한 시스템 등이 추가될 경우 그만큼 선체 내부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컨테이너 적재량의 감소원인이 됩니다.

지난해 말 중동 선사인 UASC(United Arab Shipping Company)의 요른 힌지(Jorn Hinge) 사장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1만5천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힌지 사장은 “이 컨테이너선은 LNG로 연료변환이 가능하도록 건조됨에 따라 선박 가격이 척당 1천만~1천500만 달러 정도 높아졌다”며 “이를 위해 5천㎥ 규모의 LNG탱크가 선박에 장착되는데 이 탱크가 차지하는 면적은 컨테이너 500개를 더 실을 수 있는 크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선주사의 요구조건에 따라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선이라 해도 설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설계에 따라 컨테이너를 한 층 더 올릴 경우 갑판 위에 한 층을 더 올리는지, 아니면 갑판 아래 선체 부분에 한 층을 더 쌓을 것인지도 달라집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삼성중공업의 2만TEU급 컨테이너선의 선체 높이는 대우조선이 건조한 1만8천TEU급보다 2.8m 더 높은 것에 불과하지만 설계에 따라서는 컨테이너를 20층 이상 쌓아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박 길이와 폭이 동일한 상태에서 2천개의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술력입니다.

화물을 더 높이, 더 많이 쌓아올릴수록 안전성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에서 경험한 것처럼 선박 복원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선, 특히 컨테이너선은 선체 위에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는 철재 빔이 촘촘히 꽂히기 때문에 대형화될수록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며 “중국 조선업계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구조적인 설계능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관계자는 “선박 폭과 높이를 늘리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기존 선박보다 더 많은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것은 기술력에 달려 있다”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2만TEU급보다 더 큰 선박에 대한 디자인과 설계도 마친 상태이므로 선박 대형화는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