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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고재호 '직무대행'…현장에선 '혼란·불만'

올해 상반기 대표이사 없는 경영공백 상태 불가피
노조, 신뢰도 하락·수주 차질에 정부 책임론 제기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3-17 05:00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않은 채 고재호 사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결정되면서 옥포조선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고 사장의 권한이 축소되는 등 경영공백 상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대행’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상 글로벌 선주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주영업을 비롯한 상당부분에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못한 채 고재호 사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개최 이후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다시 한 번 사장 선임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기주총에 앞서 임시주총 소집을 추진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으나 정기주총이 끝난 이후 임시주총 소집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법 규정을 따르게 되면 4월 시작과 함께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빨라야 5월 중순 이후에나 임시주총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임 대표이사가 결정되고 난 이후에 임시주총이 개최돼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임시주총 이전에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것은 맞지만 사장추천위원회 소집여부에 대해서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재호 사장이 이달 말부터 직무대행 자격으로 대우조선을 이끌어가게 됐지만 기존 주요업무에 대한 결재를 비롯한 권한이 변동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자료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 건으로 침체된 사내 분위기 쇄신 및 해외 선주들의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 조만간 비상경영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자회사를 포함한 정기 임원인사, 조직개편, 사업계획 확정 등이 비상경영조치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대표이사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의 우려는 없다고 볼 수 있으나 수출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와 같은 상황은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우선적으로 조선사에서 가장 중요한 수주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신뢰와 유대관계를 중요시하는 선주사들로서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사장 대행과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고 사장이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던 시절 ‘미스터 고’로 불리며 글로벌 선주사들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긴 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2년 이상 이어지기도 하는 수주협상에서 조선사 대표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은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15척에 달했던 ‘야말’ 프로젝트 관련 쇄빙LNG선 수주협상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를 고재호 사장이 진두지휘함으로써 ‘야말’ 프로젝트 지분의 60%를 갖고 있는 러시아 노바텍(Novatek)과 긴밀한 협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리스크는 대우조선이 수주해 현재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다.

대표이사가 바뀔 경우 조직개편 등의 이유로 적지 않은 규모의 임원인사가 단행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각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임원들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정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원하는 선주사 입장에서는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임원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노동조합 관계자는 “옥포조선소에 상주하고 있는 선주사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담당자가 바뀌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이와 같은 것들이 결국에는 대우조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대표이사 부재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16일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는 선임하지 못하면서도 산업은행에서 부행장(재무담당)을 역임한 김열중 씨를 신임 대우조선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기존 김갑중 부사장에 이어 김열중 부사장을 대우조선 신임 CFO로 선임한 것은 신임 대표이사 선임 문제를 수수방관한 채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했다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주 1인 시위에 이어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상경집회와 함께 산업은행과 정부의 행태를 규탄하는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나갈 방침”이라며 “이제는 장기전이 돼버린 만큼 집행부 회의를 거쳐 향후 투쟁방향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