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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사상초유 ‘사장 돌려막기’…조선업계 당혹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후보 추천에 STX조선 경영공백 우려
산업은행 “대우조선 업계 비중·손실리스크 상존 따른 결정”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4-07 18:22

▲ 대우조선해양 사장 후보로 추천된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STX조선해양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이사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되면서 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후보가 대우조선 대표로 재직한 바 있고 정 대표의 역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긴 애매한 상황이지만 현재 조선업계의 상황 자체를 애매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일 대우조선 대표이사 후보로 정성립 STX조선 대표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 졸업 후 산업은행을 거쳐 지난 1981년 대우조선에 입사한 정 후보는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2001년 대표이사로 선임돼 2006년까지 이끌어왔다.

이 과정에서 정 후보는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며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을 짧은 기간에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평가는 2006년부터 조선업계를 떠난 정 후보가 위기에 빠진 STX조선 총괄사장으로 선임되는 이유가 됐다.

정 후보에 대해서는 대우조선 내부 뿐 아니라 노조에서도 나쁘다고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10년간 대우조선을 떠나 있던 외부인사인데다 같은 조선업계인 STX조선의 대표로 재임 중인 정 후보를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 및 부사장을 제치고 선임했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당혹감과 함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후보 자체에 대해 나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STX조선의 채권단 중 하나인 산업은행이 STX조선의 경영정상화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던 정 후보를 대우조선 사장 후보로 추천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노동조합 관계자도 “정 후보의 사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것은 아무런 해명도 없이 벼락치기식으로 결정한 산업은행의 행태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지 정 후보 자체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정 후보가 대우조선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판단돼 채권단 간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공석이 된 STX조선의 대표이사 자리에 대해서도 채권단의 협의를 통해 적임자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같이 큰 규모의 회사를 이끌어갈 인사로 정 후보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으며 STX조선 대표로 재직 중인 만큼 채권단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됐다”며 “STX조선이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긴 하나 대우조선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대우조선이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도 아니고 수주목표도 달성했으므로 고 사장 연임 또는 내부인사 승진 방식으로 신임 대표이사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이 현재 위기상황이라서 정 후보를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손실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이와 같은 부분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게 산업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이와 같은 행보가 대한조선과 마찬가지로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STX조선을 대우조선에 떠넘김으로써 간단히 해결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정 후보가 STX조선 총괄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대우조선 임원들 중 상당수가 STX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는데 정 후보의 대우조선 복귀로 STX조선 경영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 신임 사장으로 정 후보가 추천되면서 그동안 후보로 거론되던 고재호 사장을 비롯해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 박동혁 전 대우조선 부사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 인사가 STX조선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동혁 전 대우조선 부사장의 경우 지난 2013년 STX조선 대표이사로 내정됐으나 본인이 거부의사를 밝힘으로써 정 후보가 선임된 바 있어 박 전 부사장이 STX조선을 맡을 것으로 보긴 힘들다”며 “고재호 사장과 김연신 전 성동조선 사장 역시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성동조선해양 역시 정광석 전 사장이 지난해 말 물러난 이후 3개월이 넘도록 구본익 부사장의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정 후보에 대해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함께 ‘올드맨의 귀환’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채권단의 ‘사장 돌려막기’로는 조선업계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