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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돌려막기’로 드러난 ‘갑을병정’ 논리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4-15 17:50

▲ ⓒEBN
산업은행이 지난 6일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을 대우조선해양 사장 후보로 추천한데 이어 14일에는 이병모 대한조선 사장을 STX조선 사장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어제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지난 7일 작성한 [산업은행, 사상초유 ‘사장 돌려막기’…조선업계 당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여주며 이런 얘기를 했더니 지인은 “은행이라 그런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돌려막기’라는 표현이 카드, 대출 등에 주로 쓰이는 말이고 산업은행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이 지인은 은행이라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지인의 표현대로라면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조선사들의 사장 선임은 산업은행에 결정권이 있으므로 조선사 사장 선임이 ‘은행업무의 일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은행업무의 일부’를 돌려막기로 대체함으로써 조선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의 후임으로는 고 사장의 연임이나 박동혁 부사장, 고영렬 부사장 등 당시 대우조선에 근무하고 있던 부사장들의 승진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이와 함께 사장 선임작업이 지연되면서 산업은행이 외부인사를 후임 사장으로 앉히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으며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소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STX조선을 이끌고 있는 현직 사장을 대우조선 사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대한조선을 이끌고 있는 사장을 STX조선 사장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우조선 사장 후보 선임 후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STX조선보다 규모가 큰데다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기 때문에 정성립 사장을 후보로 추천하게 됐다”며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갑’의 행세를 한다고 하는데 지분 100%가 정부 소유인 산업은행으로서도 독자적으로 사장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갑’으로 알고 있던 산업은행도 사실은 ‘을’이고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논리를 따르자면 그동안 ‘을’이라고 생각했던 대우조선은 ‘병’이 되고 대우조선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STX조선은 ‘정’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조선업계의 ‘사장 돌려막기’ 논란이 사실은 조선업계 ‘갑을병정’ 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한 이유입니다.

한편 이와 같은 사태로 인해 대우조선 노조에 이어 STX조선 노조도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규탄에 나섰으며 이제는 대한조선이 수장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비중대로 결정되는 상황이라면 ‘갑을병정’ 논리에서 대한조선은 그 다음인 ‘무’의 위치에 해당합니다.

고재호 사장을 비롯해 현직에서 물러나게 된 대우조선 부사장급 인사들이 이 ‘무’의 자리로 옮기겠다고 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렇다면 또 어느 인사가 이 자리에 올 것인지도 불투명합니다.

산업은행은 대한조선이 현재 법정관리 상태이고 이병모 사장이 법정관리인 자격으로 있었기 때문에 후임 법정관리인 겸 사장은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산업은행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후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할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은행의 행보, 다음 사장은 어떤 인사가 선임될 것인지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