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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7년간 성동조선을 죽였다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5-13 08:31

▲ ⓒEBN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이 일부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 거부로 법정관리 위기에 놓이게 됐다.

성동조선은 선박 건조자금 부족으로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 4천2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우리은행에 이어 무역보험공사도 자금지원을 거부하면서 당장 수주한 배의 건조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수주잔량으로 76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성동조선은 수주 계약 시 전체 건조대금의 10%를 선수금으로 받는 조선산업 특성 상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통상 약 2년이 걸리는 선박 건조가 마무리되고 무사히 인도하면 조선사는 그 시점이 되고 나서야 계약금액의 나머지를 받게 되므로 인도 전까지는 자금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선박을 건조하면 할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이유를 들어 자금지원을 거부했다.

하지만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조선산업이 부진한 현실 속에서 성동조선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마저도 선박 수주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이다.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최근 머스크(AP Moller Maersk)와 옵션 포함 총 11척에 달하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 수주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승자를 가린 것은 결국 가격 조건이었다. 대우조선은 이들 선박을 척당 1억5천100만 달러 수준에 계약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나마 머스크에서 추가적으로 요구한 선박사양을 제외한 기본 가격은 약 1억4천700만 달러라는 것이 현지 업계의 예상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이 얼어붙은 현실 속에서 조선사들은 상선 수주만으로 일감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조선사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선사들은 선박 가격을 더 낮추라며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황금기를 맞았던 조선업계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이후 지금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케이프벌크선 전문 조선소로 명성을 얻었던 대한조선, 석유화학제품선 시장의 글로벌 강자로 불렸던 신아SB, 21세기조선 등이 위탁경영에 들어가거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조선경기가 갑작스레 냉각됐다고 해서 조선사들이 바로 어려움에 빠졌다고 하면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견 또는 중소조선사들이 무너진 것은 우리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이 키코(Knock-In, Knock-Out)상품 강매에 나섰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조선업계 호황기 당시 선박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을 은행으로부터 받아야 했던 조선사들은 RG 발급 조건으로 은행들이 권하는 키코상품 가입을 거부하기 힘들었다.

또한 RG 발급을 위해 서울에 위치한 은행으로 출장을 가는 조선사 직원들이 갑작스레 들이미는 키코상품 가입계약서에 담긴 리스크를 파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과장이나 대리급 직원이 출장을 가는데 이 친구들이 금융상품에 대해 아는 지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은행에서는 달러로 계약하는 조선사의 환율 변동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라는 선전밖에 안했다”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예외규정을 설명하지 않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태와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한국에서 환율이 급등한 이후 키코상품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본 중소기업들이 속출했으며 일부 기업은 환차손으로 흑자도산에 빠지기도 했다.

이는 국내 중소조선사 역시 마찬가지로 성동조선의 경우 키코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매출액과 맞먹을 정도였다.

이렇게 ‘키코 꺽기’에 당해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조선사들에게 은행들은 자금지원 또는 기존에 대출해준 돈을 빌미로 조선사의 경영권을 가져갔으며 글로벌 조선경기 상황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았다.

성동조선에 ‘키코 꺽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것은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역시 경쟁적으로 키코상품 강매에 나섰으며 구체적인 이익규모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해 쓰러지는 조선사들로부터 상당한 돈을 챙기거나 채무를 떠안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소조선사들이 속절없이 무너져가던 시기 만났던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많은 조선사들이 키코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가입하기를 원했다”며 “그래서 상품에 대한 안내를 해주긴 했지만 조선사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것일 뿐 은행에서 키코상품 가입을 강요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화창한 날씨에 필요하지 않은, 오히려 잡지 말았어야 할 우산을 조선사들의 손에 쥐어줬던 은행들은 긴 장마에 힘들어하고 있는 조선사들의 손에서 우산을 뺏어가며 또 다른 이익창출에 혈안이 된 모습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한때 수출1위에 올랐던 한국의 조선산업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이제 돈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은행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기다.

또한 실질적으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7년간 성동조선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계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일부 국내 금융권들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도 다른 의미에서 구조적인 조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