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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성동조선 배 지은 돈 “못줘”

선수금, 중도금 등 수백억원 규모 인출 막아
무보 등 채권단 갈등에 성동조선 자금난 가중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8-24 16:19

▲ 지난 5월 우리은행 본사를 방문한 성동조선 노조 관계자들을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는 모습.ⓒEBN

우리은행이 선주사로부터 들어온 수백억 원 규모의 선박 건조대금에 대한 성동조선의 인출을 차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등 채권단 간 갈등이 장기화됨에 따라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주장이나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성동조선 입장에서는 선박 건조를 위한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지급돼야 할 수백억 원 규모의 현금에 대한 인출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선수금, 중도금 등 성동조선에 선박을 발주한 글로벌 선사들이 지급한 것으로 성동조선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으로 입금됐다.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 시 선수금을 받으며 강재절단, 용골거치, 인도 등 특정 건조과정에서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받아 선박 건조에 사용한다.

이와 같은 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조선소는 자재 구매, 임금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급할 경우 대출을 받아서라도 자금을 확보해야 선주사와 계약한 기한 내에 선박을 건조해 인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성동조선에 지급돼야 하는 선박 건조자금을 틀어쥐고 있는 것은 성동조선의 운영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증으로 성동조선에 선박 수주를 위한 RG(Refund Guarantee, 선수금 환급보증)를 발급한 게 여러 건 있는데 무역보험공사가 채권단에서 빠진 이후 이들 보증도 무효가 됐다”며 “성동조선이 선박을 무사히 건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우리가 발급한 RG와 관련해 입금된 건조자금 인출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성동조선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100억원 규모의 연체금도 있어 우리은행으로 입금된 선박 건조자금 중 일부를 묶어두고 있다”며 “채권단 간 협의 진행상황에 따라 이 자금에 대한 차단을 해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신아SB 채권단으로 참여하면서 무역보험공사와 서류상의 문제로 소송까지 벌이다 2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된 사례가 있다.

또한 출자전환 등으로 성동조선에 5천억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하게 된 우리은행은 무역보험공사가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빠질 때 함께 빠지겠다고 했으나 의결 정족수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탈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5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내며 확연한 실적개선을 보이고 있긴 하나 정부의 민영화 작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손실을 떠안게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성동조선의 ‘배 지은 돈’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주장이다.

이처럼 우리은행은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나 당장 조선소 운영자금 마련이 급한 성동조선으로서는 입안이 바짝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우리은행, 무역보험공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3천억원의 자금을 긴급수혈함에 따라 당장 급한 불을 끄긴 했으나 이 자금도 거의 바닥이 난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2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수백억원 규모의 ‘배 지은 돈’을 압류하고 있다 보니 참다못한 성동조선 노조가 상경해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탄원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성동조선 노조는 지난 19일 수출입은행을 방문해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토로했으며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모르고 있던 내용이다. 우리은행에 공문을 통해 강력히 경고하고 재발할 경우 선주사로부터의 지급계좌를 우리은행에서 다른 계좌로 바꾸는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성동조선의 주거래은행은 채권단 간 갈등이 불거지며 우리은행에서 농협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선주사가 건조대금을 입금하는 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성동조선과 채권단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하며 선주사의 동의도 구해야 하는 등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채권단의 이탈이 악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협조를 부탁해야 하며 이미 이탈한 무역보험공사도 다시 합류해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 사정이 급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민영화를 추진하며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남의 사정을 생각해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SPP조선의 경우 이탈하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채권단을 붙잡지 않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원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회생방안에 대한 결단 없이 채권단의 협조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이 책임지고 추가자금 지원과 위탁경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