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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회사 살려달라는 노조, 임금 올려달라는 노조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08-25 18:19

▲ ⓒEBN
지난 주 성동조선 노조가 다시 한 번 회사를 살려달라며 상경집회에 나섰다.

금속노조 산하 조선업종노조연대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집회에서 금속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는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진데 이어 채권단 중 하나인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지난 5월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지원한 3천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이 점차 고갈되면서 성동조선은 연말까지 2천억원 정도의 추가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은행은 성동조선에 발급한 RG(Refund Guarantee, 선수금 환급보증)에 대한 손실위험 가능성을 주장하며 선주사들이 성동조선에 지급해달라고 송금한 선수금, 중도금 등 수백억 원 규모의 현금에 대한 인출을 차단함으로써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60여척의 선박을 수주잔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성동조선은 이들 선박이 무난히 인도되고 채권단이 선박 수주를 허락하게 되면 조만간 장기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성동조선 노조로서는 우리은행이 민영화 추진을 위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성동조선의 선박 건조자금을 틀어쥔 채 버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성동조선 노조의 탄원을 받은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모르고 있던 내용이다. 우리은행에 공문을 통해 강력히 경고하고 재발할 경우 선주사로부터의 지급계좌를 우리은행에서 다른 계좌로 바꾸는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약속하며 노조의 아픔을 위로했다.

이에 앞선 지난 5월에도 성동조선 노조는 우리은행 본점을 방문하는 상경집회에 나선 바 있다.

이는 선박 건조를 위한 운영자금이 절실했던 성동조선에 대해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이 자금지원을 거부한데 따른 것인데 신진기 우리은행 본부장이 채권단 회의에서 성동조선을 ‘좀비기업’으로 지칭했다는 소문은 자금지원 거부와 함께 노조의 분노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됐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5월 말 SPP조선과 함께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으며 이후 구조조정, 생산성 향상 등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SPP조선은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뚜렷한 실적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성동조선 역시 내년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지원은 고사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수백억 원 규모의 ‘배 지은 돈’에 대한 인출마저도 차단하는 우리은행의 행태로 인해 성동조선은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노조는 성동조선을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회사를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노조가 있는 반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는 노조도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 노조는 올해 12만원 중반 수준의 기본급 인상안을 나란히 사측에 제시하며 임금협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사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다가 올해 들어서야 겨우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측은 지난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힘들다는 이유를 앞세워 임금 인상폭을 최대한 낮추려 했으며 노조 측은 이런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와 같은 갈등은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여름휴가 전 협상을 마무리했던 대우조선마저도 올해 협상에서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나란히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빅3’의 상황에 대해 노조 측은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잘못된 수주를 이끌어 낸 경영진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잘못된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매년 막대한 규모의 연봉과 이익배당금을 챙겨갔던 경영진 및 오너들 중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자신이 가진 걸 내놓고 희생하는 모습을 본 기억 또한 없다는 것도 노조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 집행부 입장으로서는 임금동결이라는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는 결국 파업 등 노사갈등으로 불거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신아SB 등 9개 조선소 노조가 모인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오는 9월 9일 파업을 예고하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조선노련에 모인 노조 중 ‘조선빅3’와 현대미포, 현대삼호는 부잣집이고 임금인상과 복지 확대 등이 주요 요구사항이다.

반면 성동조선, STX조선, 신아SB 노조는 회사를 살려달라고 외치기 위해 조선노련에 함께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노조가 파업에 동참하긴 하겠지만 조업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부잣집 노조’와 선을 그었다.

노조는 생산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존재의 의미가 있다.

회사를 살려달라는 노조가 있는 반면 임금을 올려달라는 노조도 있는 이유는 각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요구하고자 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것 뿐이다.

그러나 같은 조선업계임에도 ‘부잣집 노조’와 ‘가난한 집 노조’의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느껴지는 현실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씁쓸함만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