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0일 15:49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환경규제 피하자"…글로벌 선사들 선박발주 '러시'

올해 착공시 건조비용 절감 “설계보다 용골거치식 먼저”
‘반짝 수주’ 불과…내년 상반기 발주 급감 가능성 우려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11-04 16:57

▲ 지난 2009년 8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설립 후 처음으로 열린 용골거치식(Keel Laying)에서 도크에 설치된 선박 블록 모습.ⓒ현대중공업

내년부터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선박을 기준으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이 올해 중 선박 발주 및 건조에 나서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주에 나서는 선사들은 ‘올해 중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선박’이라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선박 설계에 앞서 건조작업부터 추진하는 등 ‘꼼수’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4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은 47척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선 지난 9월 글로벌 발주량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55척을 기록하며 조선경기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달 발주량은 조선업계의 기대치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나 올해 말까지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를 서두를 것이라는 점을 들어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IMO는 내년부터 선박의 착공 단계인 용골거치식(Keel Laying)에 들어가는 선박들에 대해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기준을 더욱 강화한 ‘Tier III’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Tier II’보다 강화된 ‘Tier III’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탈질설비 등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며 선박 가격도 더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선박 발주계획이 있는 선사들 중에는 내년에 발주하느니 시기를 좀 앞당겨서 발주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주 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에 총 8척의 유조선을 발주한 AET도 올해 중 발주한 선박들에 대한 용골거치식을 실시함으로써 ‘Tier III’ 기준에 맞추기 위한 척당 200만 달러 규모의 건조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선박의 건조가 시작되기 앞서 수주한 선박에 대한 설계 작업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공정진행은 선사들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수주하면 통상적으로 6개월, 짧아도 4개월 정도는 설계 작업이 진행된다”라며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박을 발주한 선사들이 ‘Tier III’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설계, 엔진 등 기자재 발주, 강재절단과 같은 사전단계를 생략하고 용골거치식부터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사로서는 발주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으므로 계약과정에서 협의해 용골거치식 일정을 잡게 된다”라며 “조선소 부지 내에 선박블록을 올려놓고 IMO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용골거치식 자체가 부담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IMO는 최소 50t 이상의 철구조물이 건조됐음을 선사가 입증하면 선박이 건조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50t 정도의 선박 블록을 만드는 게 그리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실제 선박에 쓰지 못하더라도 이런 블록을 만들어 IMO에 보고한 후 스크랩 처리하는 방식으로 조선소와 협상을 하고 있다.

또한 조선소 내 다른 선박의 건조를 위해 제작한 블록 중 하나를 임시로 옮겨와 용골거치식 사진을 찍고 옮겨온 블록을 되돌려놓기도 한다.

조선소는 일정한 주기로 도크에 있는 선박의 진수가 진행되고 선박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런 일정만 맞는다면 진수 후 잠시 빈자리에서 용골거치식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육상건조 방식으로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의 경우 도크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조선소 내 빈 공간이 있다면 적당한 위치를 정해 블록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그만이다.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연말인 12월에 선박을 발주하더라도 협의를 통해 ‘Tier III’ 규제를 피하는 것이 가능하며 한국 조선업계의 추가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 수주한 91척의 선박 중 28척을 지난 9~10월에 수주했으며 현대미포조선 역시 44척(현대비나신 포함) 중 절반인 22척을 최근 2개월 간 쓸어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주행보가 환경규제를 피하기 위한 ‘반짝 수주’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내년에 대한 수주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선사들은 해가 바뀌기 전에 발주를 서두르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사업에 나서는 선사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라며 “환경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선사들은 주로 3~5년 정도 운항 후 중고선으로 매각하거나 용선계약을 바탕으로 발주에 나서기 때문에 선박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박을 직접 운영하는 선사들의 경우 당장 수백만 달러 정도의 선가 차이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선박 발주시기를 비롯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따라서 올해 발주에 나서지 않은 선사들이 내년 초부터 발주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 것이며 이런 이유로 내년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