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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해운] "정부 강제합병식 구조조정보다 지원이 우선"

구조조정은 각사 자구안 계획 따라 자율적으로
합병 포함 해운산업 구조조정, 신중해야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5-11-16 14:13

정부와 금융당국이 해운 등 국내 기간산업의 경쟁확보를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제2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기간산업(조선·석유화학·건설·해운)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해운산업에 대해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 및 항로조절 등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 지원 및 원양 정기선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한다고 16일 밝혔다.

정부 협의체는 "원양 정기선의 경우 누적 선복량 과잉·대형 선사들의 동반 침체로 글로벌 시장 재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선사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므로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운업종의 경우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원양선사에 대해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부정기선·연근해 정기선에 대해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항로조절 등을 통해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체에는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차관, 금융감독원 부원장, 산업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양사 체제 유지 필요...합병 반대

지난달 한진해운의 현대상선 인수 추진 소문이 흘러나오더니 정부가 강제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해운업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업계 1위와 2위 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간의 합병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논의'라는 반응이다.

합병 추진설이 나돌자 해수부는 즉각, 자료를 통해 "수출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얼라이언스 중심의 글로벌 해운산업 체계,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양사 체제 유지는 필요하다"며 "한진해운·현대상선 강제합병 추진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해운 구조조정은 각 사가 마련하는 자구계획에 따라 주채권은행 등이 이에 필요한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도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 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현대상선 인수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간의 강제 합병 추진과 관련, 정부로부터 어떠한 권유나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글로벌 영업에 타격을 주고 얼라이언스(Allince) 멤버나 화주 및 주주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 업계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해운업계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후 7년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1·2위 양대 선사를 빼고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매년 10곳 이상, 7년간 80개 이상의 중소형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각 사의 자구책 마련만 강요할 뿐 그동안 정부지원은 없었다.

리먼사태 후 세계적으로 선박 수출입 물동량이 급감했고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 등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면서 운임은 반의 반 토막 수준이 됐다.

대형 선사 가운데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 끝에 각각 SM그룹과 하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중·소형 선사 70여곳이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사라지고 이들의 배를 사들인 선사 80여곳이 새로 생겨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장기적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13년 12월 그룹을 통해 고강도 자구책을 발표, 100%에 가까운 이행률을 보였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으로 9700억원을 확보했으며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로 2500억원, 컨테이너 매각으로 1225억원, 신한금융·KB금융·현대오일뱅크 등 보유 주식매각으로 총 171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1803억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올 3월에는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통해 약 24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경영권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어갔고 부채규모가 워낙 크긴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 현대그룹은 지난달 계열사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인수자인 오릭스 측의 인수포기로 불발되자 지난 11일 단기차입과 지분매각을 통한 4500억원 추가 유동성 확보안을 발표했다.

일단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지분 34% 등을 매각해 612억원을 마련한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현대증권 18.3%, 현대종합연수원 68%, 현대아산 잔여 지분 34%, 현대엘앤알 49%)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250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에서 1392억원의 현금을 빌리기로 했다. 최근 현대상선에서 분사한 ‘알짜 자회사’인 현대벌크라인(벌크전용선 부문)을 통해 307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대그룹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우선 만기가 돌아온 단기차입금 2120억원을 갚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 대출금 2000억원도 상환한다.

▲정부차원의 해운업계 지원이 우선

해운업계는 조선업계와의 형편성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수십조의 유동성을 지원해주면서 해운업계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

산업은행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자구계획 실행과 경영관리단 파견, 노동조합 쟁의행위 금지 등을 전제조건으로 4조200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등 조선업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으로 혈세를 투입해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해운업계는 살을 깍는 선제적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도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수출입은행이 조선업계에 지원한 수준의 10분 1만 해운업계에 지원했어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이렇게 까지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조선업계의 지원이 해운 쪽에서 볼 때는 역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선두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만이 정부가 요구한 자구노력을 충분히 따르면서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자체적인 자구책으로 버티며 왔다"며 "글로벌 선사들이 우리나라와 같이 해운 장기불황일 때 정부가 자국 해운사에 대규모 지원을 실시해 자금부담을 덜어줫듯이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해운사들이 회복할만한 기회를 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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