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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발급 거부·채권단 갈등…SPP조선 '사면초가'

“우리은행이 RG 발급 막았다” VS “발송한 공문 공개해보라”
채권단, 인수기업이 조선업 정리할 경우 RG 폭탄 배제 못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5-12-02 14:48

▲ SPP조선 사천조선소 전경.ⓒEBN

RG(Refund Guarantee, 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비롯한 채권단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SPP조선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조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채권단은 선박 수주에 필수적인 RG 발급 없이 조선소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의 잘못을 주장하고 있다.

SPP조선은 지난 1일 자료를 통해 RG 발급이 부결된 사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채권단은 SPP조선이 기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마무리하는대로 조선소 청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신규 수주 선박의 경우 각 선박별로 채권단의 심사 및 승인을 거쳐 RG를 발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SPP조선은 경영정상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올해 총 8척의 선박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SPP조선은 3분기까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채권단에 조선소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이제라도 다시 선박 수주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수주한 선박들에 대한 RG 발급은 결의기준일인 지난달 6일까지 채권단의 동의를 얻지 못해 최종적으로 계약이 무산됐으며 이로 인해 SPP조선의 도크는 내년이면 텅텅 비어버릴 위기에 직면했다.

SPP조선은 자료를 통해 “삼일회계법인의 손익검토보고서를 근거로 이익실현이 가능한 선박 6척에 대한 RG 발급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우리은행은 손익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2척을 추가해 총 8척의 선박에 대한 RG 발급을 채권단 협의회 안건으로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권단은 손익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선박 2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이 안건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는 각 선박별로 심의 후 승인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수출입은행 측에서 결의기준일을 연장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우리은행이 별도의 회신 없이 이 안건을 부결 처리한 것은 처음부터 부결을 목표로 안건을 올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출입은행 측도 SPP조선의 이와 같은 주장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수주심사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통과하면 각 수주건별로 채권단이 돌아가며 RG를 발급하기로 했다”라며 “하지만 우리은행이 8척 전부에 대한 RG 발급 동의를 요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건 부결 이후 재부의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현실적으로 심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은행이 각 선박별로 승인하기로 한 RG 발급을 왜 이전 방식으로 되돌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덧붙였다.

SPP조선과 수출입은행의 주장에 따르면 수주한 선박들 중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6척에 대해서는 채권단 합의를 통해 충분히 RG 발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개별 선박에 대한 심사가 아니라 8척 전체에 대한 심사를 거쳐 RG 발급을 승인하는 것으로 안건을 상정했기 때문에 단 한 척의 수주도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수출입은행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며 당시 우리은행 측이 발송한 문건을 공개해보라고 요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0월 SPP조선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신규선박의 수주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메일을 채권단에 발송한 후 이들 선박의 RG 발급 안건을 상정했다”라며 “각 채권단 별로 상정한 안건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어 이를 전부 반영했는데 개별적인 선박의 RG 발급에 대해 지적한 채권단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채권 회수를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선박 수주는 필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채권단에 총 8척의 선박에 대한 RG 발급 승인을 요청하는 안건을 상정하긴 했으나 안건에 개별 선박에 대해 심의한다는 문구를 분명히 명시했다”라며 “채권단들이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주장을 하며 우리은행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곤혹스럽기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결의기준일인 지난달 6일 안건이 부결되자 동의를 구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을 직접 방문했으나 부정적인 답변만 듣고 돌아섰으며 같은 달 9일 각 채권단에 다시 확인했지만 동의한다는 은행은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SPP조선의 회생을 위해 우리은행은 이 안건을 재상정할 의지도 있다고 전달했으나 이에 대한 대답 역시 어디에서도 없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대외비에 속하는 만큼 이 안건과 관련된 문서를 내가 직접 공개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수출입은행이 우리은행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우리은행에서 발송한 공문을 직접 공개해보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SPP조선은 올해 28척의 선박을 인도했으며 27척을 수주잔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일감들은 내년 말까지 모두 인도될 예정이어서 내년 중순 이전에 도크가 텅 빈 공간을 드러내게 된다.

따라서 설계기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다시 수주에 나섰어야 하지만 채권단 간의 갈등과 RG 발급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SPP조선은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채권단으로서는 조선산업을 이어가려고 하는 기업이 SPP조선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SPP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량을 강제로 취소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RG 발급을 꺼리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주한 선박을 취소할 경우 채권단은 발주사에 선수금을 물어줘야 하는데 이 규모가 상당히 크다”라며 “그런 이유로 채권단이 의도적으로 신규선박의 수주를 막아서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200명에 가까운 직원을 구조조정으로 떠나보내고 경기침체로 협력업체들도 떠나면서 SPP조선이 건조하는 선박들 중 일부는 인도날짜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채권단으로서는 인도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조선사에 RG 발급을 해줄 수 없다는 명분만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