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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간산업, 해운업계 "정부 지원 절실"…경쟁국 대비 미흡

해운업 국내 화물 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 100% 운송
"국적선사는 유사시 제4군"…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

박상효 기자 (s0565@ebn.co.kr)

등록 : 2015-12-17 15:30

현재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위기의 해운조선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국회정책세미나에서 해운업에 획기적이고 적시적인 국적 선사 지원과 육성 정책의 필요성이 제시 됐다.

이날 김영무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국적선사들이 해외선주, 투자자,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고하고 적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회사채의 신속인수제 연장해 상환부담 완화하고 금리 인하, 신규 선박건조 등 경쟁력 향상에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선주협회 이윤재 회장은 “정부가 해운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가 천명되어야 하며, 그 밖에도 선박은행 설립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기 해운시황 불황에 경쟁력 저하…경쟁국 대비 지원 미흡

해운업계는 무엇보다 경쟁국에 비해 정부 지원이 미흡함을 지적한다. 같은 장기 불황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의 차이로 경쟁력의 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캠코에서 선박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기반 보험을 발행해주고,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미약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해운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선박 및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 갖은 자구노력으로 유동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반면, 해운 강국으로 뽑히는 중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다른 경쟁나라는 해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해주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행이 COSCO에 108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한 데 이어 중국수출입은행도 2012년 COSCO와 China Shipping에 앞으로 5년간 각각 95억 달러씩 지원키로 했다. 또 중국수출입은행은 2013년초 5개 민영 중견해운사에 1억6000만 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 Hapag-Lloyd에 18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섰으며, 지방정부인 함부르크시도 이 선사에 2013년 7억5,000만 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덴마크 역시 머스크(MAERSK)에 62억 달러의 금융을 차입하고, 수출신용기금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프랑스도 자국 선사인 CMA-CGM에 채권은행을 통해 5억 달러를 지원토록 한 데 이어 국부펀드를 통해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2013년 금융권을 통해 향후 3년간 2억8000만 유로를 더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해운 업계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해운업계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후 7년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1·2위 양대 선사를 빼고는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매년 10곳 이상, 7년간 80개 이상의 중소형 해운사들이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퇴출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각 사의 자구책 마련만 강요할 뿐 그동안 정부지원은 없었다.

리먼사태 후 세계적으로 선박 수출입 물동량이 급감했고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 등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면서 운임은 반의 반 토막 수준이 됐다.

대형 선사 가운데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기업회생절차 끝에 각각 SM그룹과 하림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중·소형 선사 70여곳이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사라지고 이들의 배를 사들인 선사 80여곳이 새로 생겨났다.

해운업계는 조선업계와의 형편성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수십조의 유동성을 지원해주면서 해운업계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

산업은행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자구계획 실행과 경영관리단 파견, 노동조합 쟁의행위 금지 등을 전제조건으로 4조200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등 조선업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으로 혈세를 투입해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해운업계는 살을 깍는 선제적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도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수출입은행이 조선업계에 지원한 수준의 10분 1만 해운업계에 지원했어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이렇게 까지 어려운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조선업계의 지원이 해운 쪽에서 볼 때는 역차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국적선사는 유사시 제4군"…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상품들 대부분이 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중국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생활용품, 유럽의 잡화, 북미의 곡류 등 우리가 사용하는 생필품 대다수는 선박을 통해 우리들에게 온다. 이밖에도 원유, 무연탄, 철광석, LNG 등 원자재를 포함해 국내 수출입 화물 99%를 해운업이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해운이 제4군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해운은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안보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간산업이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자국의 해운업을 보호하기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해운업이 중요한 것은 유사시 전시 병력 및 군수품 등 전시화물의 운송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국적 선사의 선박과 선원을 동원해 군수품 및 전략물자,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50여척의 국가필수선대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들 선박에는 외국인 선원 고용도 제한해 비상시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도 국적 선박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해운안보 프로그램(Maritime Security Program)을 운영하면서, 국적선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남북이 분단된 사실상 섬나라인 한국의 해운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다.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운송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내 수출입 화물은 2014년 8억 9,210만톤으로 이중 항공 운송은 250만톤(0.3%)에 불과하며 해상 운송은 8억 8,960만톤(99.7%)의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원자력발전 연료봉 및 부품, 원유, 연료탄, 철광석, LNG 등과 같은 전략물자 운송은 100%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해운산업은 국방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안보산업인 동시에 국가 경제의 핵심 기간산업인 것이다.

원자력 연료봉, 원유, LNG 등 수송권이 외국 선사에 배정될 경우 국가 비상사태 발생시 국내 에너지 공급이 원천 차단될 수 있는 국가안보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국적 해운 선사의 파산, 또는 외국 선사에 넘기게 되면 우리나라는 운송과 운임의 결정권을 모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2개 이상의 국적 선사를 유지함으로써 단일 선사 의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양사 체제 유지 필요...합병 반대

정부와 금융당국이 해운 등 국내 기간산업의 경쟁확보를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제2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기간산업(조선·석유화학·건설·해운)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해운산업에 대해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 및 항로조절 등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 지원 및 원양 정기선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정부 협의체는 "원양 정기선의 경우 누적 선복량 과잉·대형 선사들의 동반 침체로 글로벌 시장 재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 선사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므로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운업종의 경우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원양선사에 대해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부정기선·연근해 정기선에 대해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항로조절 등을 통해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진해운의 현대상선 인수 추진 소문이 흘러나오더니 정부가 강제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해운업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업계 1위와 2위 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간의 합병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운업계도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논의'라는 반응이다.

합병 추진설이 나돌자 해수부는 즉각, 자료를 통해 "수출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얼라이언스 중심의 글로벌 해운산업 체계,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양사 체제 유지는 필요하다"며 "한진해운·현대상선 강제합병 추진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해운 구조조정은 각 사가 마련하는 자구계획에 따라 주채권은행 등이 이에 필요한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장기적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13년 12월 그룹을 통해 고강도 자구책을 발표, 100%에 가까운 이행률을 보였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으로 9700억원을 확보했으며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로 2500억원, 컨테이너 매각으로 1225억원, 신한금융·KB금융·현대오일뱅크 등 보유 주식매각으로 총 1713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1803억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6000억원을 조달했다. 올 3월에는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통해 약 24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으로부터 긴급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경영권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어갔고 부채규모가 워낙 크긴 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 현대그룹은 지난달 계열사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인수자인 오릭스 측의 인수포기로 불발되자 지난 11월 11일 단기차입과 지분매각을 통한 4500억원 추가 유동성 확보안을 발표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선두기업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만이 정부가 요구한 자구노력을 충분히 따르면서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자체적인 자구책으로 버티며 왔다"며 "글로벌 선사들이 우리나라와 같이 해운 장기불황일 때 정부가 자국 해운사에 대규모 지원을 실시해 자금부담을 덜어줫듯이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해운사들이 회복할만한 기회를 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해운·조선·철강·항만 등 연관 산업간 상생 협력 도모

해운, 조선, 철강, 항만 등 연관 산업간 상생 협력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해운업 지원은 효과적인 방안이다.

해양 항만산업은 40개 업종 52만명이 종사하고 있고 매출 144조원을 차지한다. 해운업이 장기불황으로 조선, 철강, 금융, 항만 산업이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도산업인 해운업에 대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해운이 살아남으로써 해운기업이 국내 선박투자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철강업계에도 일감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해운산업 지원을 통해 해운은 물론 조선, 철강, 항만까지 모두의 상생을 도모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가전략물자 100%를 운송하고 유사시 제4군의 역할을 하는 해운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해운산업이 우리나라 안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국적선사가 있어야 되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