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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떠나간 해양, 돌아오지 않는 조선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2-15 07:00

▲ ⓒEBN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선빅3’의 연간 수주금액은 각 50~60억 달러 수준이었죠. 그러다 현대중공업 외에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연간 수주 100억 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 2006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4년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처음으로 연간 수주 1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대우조선, 삼성중공업도 연간 수주 100억 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선박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고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조선강국들은 호황기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몰고온 경기침체로 인해 2009년 선박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국내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은 채권단 관리 및 구조조정, 파산의 늪에 빠졌으나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는 조선경기 침체와 함께 찾아온 해양플랜트 수주로 연간 100억불이 넘는 수주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래 지속되진 못했어도 2008년 중반 이후까지 사상 유례 없는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이들 ‘조선빅3’는 거의 향후 5년치에 달하는 일감을 수주할 수 있었다. 풍부한 일감은 매년 매출 및 영업이익으로 이어졌으며 프로젝트별로 적으면 5억 달러, 많으면 20억 달러를 웃도는 해양플랜트 수주는 연간 수주목표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조선빅3’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된 상선수주를 배럴당 100 달러 이상 하는 고유가와 함께 찾아온 해양플랜트 수주로 버티다 보면 조선경기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경기는 기대와 달리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하겠다고 나서면서 배럴당 30 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기는 더욱 요원해졌다.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손실로 지난해 총 8조원을 웃도는 규모의 영업손실을 신고하게 된 ‘조선빅3’ 입장에서는 향후 다시 해양플랜트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예전처럼 적자가 우려되더라도 일단 수주해서 일감을 확보하고 체인지오더(Change Order)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자는 생각으로 수주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상선시장은 대표선종으로 꼽히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이 “원가를 맞추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4600만 달러까지 하락했으며 ‘조선빅3’의 수주잔량도 조선소의 안정적 운영기준인 2년치를 채우는데 힘겨운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렇다고 ‘조선빅3’가 이런 경기상황에 맞춰 연간 수주목표를 무조건 줄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호황기 당시 선사들의 선박수요를 맞추기 위해 조선소들은 플로팅도크, 해상크레인, 별도의 해양공장 등 설비를 늘려왔으며 이제는 그만큼 커진 생산설비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수주실적이 요구되고 있다.

약 10년 전부터 조선소는 선사의 선박수요를 맞추기 위해, 선사는 화주들의 화물수요를 맞추기 위해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화주들이 보내야 할 화물이 급감했으며 이는 선사의 선복량 과잉으로, 선복량 과잉은 선박 발주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산업이 결국에는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잖아요. 경기가 살아나야 화물이 늘어나고, 이들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들이 더 필요해지는 건데 현재로선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을 방안을 궁리해볼 수밖에 없죠. 요즘 야드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하는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