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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막은 SPP조선 수주, 현대미포로…

“지난해 RG 발급 거부로 계약 체결 실패한 8척 중 한 척”
아스팔트 운반 겸용…시장가보다 32% 비싼 고부가가치선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2-15 06:00

▲ SPP조선이 건조한 MR탱커 전경.ⓒSPP조선

지난해 SPP조선이 수주협상을 마치고도 채권단의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거부로 무산된 선박 수주가 현대미포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 현대미포가 수주한 선박은 일반적인 동형선보다 선박가격이 30%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5만DWT급 MR(Medium Range)탱커 1척을 수주했다.

계약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업계에는 최근 알려졌으나 이번 수주는 지난달 말 이뤄졌으며 1월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한 유일한 선박으로 기록됐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5만1000DWT급 MR탱커는 현재 3550만 달러에 건조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미포가 수주한 선박이 아스팔트를 함께 운송할 수 있는 겸용선인 만큼 일반적인 MR탱커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17년 4분기 인도될 예정인 이 선박은 일반적인 MR탱커와 마찬가지로 12개의 화물창이 2개씩 6열로 배치된다.

이중 6번째 열의 2개 탱크에서 아스팔트 선적과 하역이 이뤄지는데 온도가 낮으면 굳어버리는 아스팔트 특성 상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보온설비가 추가돼야 하며 이에 따라 선박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호주 ASP그룹이 이 선박을 발주했으며 선박 가격은 현재 MR탱커 가격보다 32.4% 높은 47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수주와 함께 동형선 1척에 대한 옵션계약을 체결해 향후 추가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선박은 지난해 SPP조선이 수주협상을 마쳤음에도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RG 발급을 거부해 최종계약이 무산된 8척의 선박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에 SPP조선이 이 선박에 대한 수주협상을 마쳤으나 연말까지 채권단이 RG를 발급하지 않음에 따라 선사가 결국 SPP조선에 대한 선박 발주를 포기했다”며 “선박 가격은 SPP조선이 협상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석유제품선 시장에서도 한국 조선업계가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선사로서는 SPP조선과의 계약 체결이 무산되자 다른 국내 조선소들을 물색해왔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다른 조선소들도 도의상 쉽게 협상에 응하기 어려웠으며 이에 따라 계약 체결 시기도 늦어지고 계약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PP조선과 협상에 나섰던 선사들 중에는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적용하는 강화된 선박오염물질 배출기준인 ‘Tier III’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중 선박 건조에 들어가길 희망하는 선사들도 있었으나 RG 발급이 이뤄지지 않자 선박 발주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선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용선계약을 체결하고도 이런 이유로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일부 선사들은 급하게 국내 다른 조선소와 협상에 나서거나 일본 및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RG 발급 거부로 수천억원 규모의 선박수주가 무산되자 노동조합이 없는 SPP조선은 근로자위원회를 구성해 채권단의 RG 발급을 촉구하는 상경집회에 나섰으며 이에 부담을 느낀 채권단은 앞으로 수주하는 선박들에 대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RG를 발급해준다는 결의서 채택을 추진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남아있는 수주건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채권단의 움직임은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채권단 중 하나인 한국수출입은행이 결의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아직까지 결의서 채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