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0일 15:49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구조 개선 없이 해양플랜트 실적개선 힘들다"

수직적 기업문화로 엔지니어링·생산 협업 한계
과도한 아웃소싱도 문제 “숙련공이 안보인다”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2-19 16:49

▲ 국내 조선업계가 건조한 해양플랜트 설비들.ⓒ각사

한국 조선업계가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에 걸쳐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지만 한국 특유의 수직적 기업문화와 같이 근본적인 개선이 쉽지 않은 요인이 많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원인으로 처음 도전하는 시장에 대한 역량 부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선체(Hull)가 아닌 상부구조(Topside) 설계 및 엔지니어링은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핵심설비들이 집중되는 상부구조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상 해양플랜트를 수주해도 한국 조선업계가 수익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외국 기업이 바라보는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앞서 한국에만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로 한국 특유의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생산성을 해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수직적인 관계에서는 선행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후행작업도 진행할 수 없으며 이런 조직에서 엔지니어링 작업을 완료하지 않고 설비제작에 들어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랄드 네브달(Harald Naevdal) 주한노르웨이왕국대사관 상무 참사관은 “외국의 경우 엔지니어링이 60~70% 정도 진행되면 제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나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는 엔지니어링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한 이후에 제작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조선소의 경우 엔지니어링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비 제작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문제점이 발견됐는데 그때는 이미 4만2000m에 달하는 케이블 설치가 끝난 후였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설치한 케이블을 그대로 다 뜯어내고 다시 작업을 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문제로는 해양플랜트 건조에 참여하는 관련 인력들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일반 상선과 달리 해양플랜트는 바다 위에 공장을 세우는 작업인 만큼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작업이 많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조선사 직영 직원보다 협력업체 직원이 더 많은 구조이다.

협력업체는 조선사와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이 이뤄진 이후 구인에 나선다. 따라서 협력업체는 프로젝트 종료와 함께 계약이 해지되고,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될 경우 조선사는 다시 입찰공고를 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이전 프로젝트에서 작업해 본 경험이 있는 협력업체 직원이 다음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는 보장이 없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해양플랜트 건조작업에 처음 참여하는 협력업체 직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한 대형 조선소의 경우 아침에 출근해서 근무 중인 조선소 내 직원이 4만5000명이라고 하면 그 중 협력업체 직원은 3만명에 달한다.

지난 1997년 IMF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일감을 나누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협력업체를 지원하라며 ‘아웃소싱’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한 이후 조선소 내에 직영 직원보다 협력업체 직원이 더 많아진 것이 지금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남게 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 직원이 협력업체와 일감을 나눌 경우 어렵고 위험한 일들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게 된다”며 “이렇다보니 정작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서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조선사 직원들의 역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로젝트 현장에 투입된 조선사 직원들은 분명 관리직이 아닌 생산직 근로자들인데 힘들고 어려운 일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관리직 직원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해양플랜트 일감이 일정하게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직영 직원을 더 채용하는 것도 조선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