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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황에 피눈물 흘리는 조선·해운업계, 정부 뭘 했나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2-29 06:00

조선·해운업계가 절체절명이다.

글로벌 불황 장기 지속으로 인한 수주량 감소 및 살인적 용선료 등에 따른 유동성 문제로 고사 직전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상선·한진해운 등의 대형 조선·해운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소식은 한때 이들 업종이 한국경제의 견인차였다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다.

급한 마음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안을 내고 채권단 금융지원으로 버텨보려 하지만 향후 전망마저 좋지 않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2015년 조선·해운시황 및 2016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량과 수주액은 전년 대비 각각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산업분야별 경제전망’의 경우 해운업계는 선복량 공급과잉과 운임하락 등으로 시황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조선·해운업 특성상 어느 한 쪽만이라도 조기에 위기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기간산업들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나. 아무 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금융문제는 호황과 불황을 막론한 조선·해운업의 시한포탄이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부산에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내걸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국회에서는 선박금융공사법 및 해양금융공사법처럼 선박은 물론 해양플랜트 부문 등까지 금융지원 대상과 적용범위를 확대하자는 다양한 관련 법안들이 제출됐다.

하지만 해당법안들은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다. 그사이 조선·해운업은 선가 하락 및 해양플랜트 부실, 용선료 부담 등이 누적되면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뒤늦게 출범한 한국해양보증보험은 5500억원에 불과한 자본금과 현실에 맞지 않는 부채비율 제한 등의 금융조건으로 형식적 존재로 전락했다.

오히려 정부는 이제 와서 좀비기업 퇴출 명분 아래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지원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한 술 더 떠 업종간 인수·합병(M&A) 분위기까지 조장하는 상황이다. 정말로 조선·해운업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는 채 원활한 구조조정을 돕는 것에 불과한 원샷법을 경제활성화의 구세주로 둔갑시켜 총선을 앞두고 이슈화하는 데 골몰해 왔다.

현재의 조선·해운업종 위기는 글로벌 시황문제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의 주장만 보면 경영상 문제에서 기인한 것처럼 비춰진다.

물론 지역 갈등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으로 금융 관련 제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정부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업황 불황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해외 정부의 조선·해운업종 대응책 등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의지와 순수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자국 선사에 5억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국부펀드를 통해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덴마크 정부는 머스크에 62억 달러의 금융을 차입하고 수출신용기금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강력한 업계 후발주자인 중국의 경우 지난 2015년 말 국책은행이 나서 자국 최대 해운업체에 200억 위안(약 3조66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산하 조선소에는 1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출지원도 허가했다.

지금 와서 이같은 적극적인 정책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해외처럼 금융지원이 병행된다 해도 불황과 저유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는 100% 효과가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해양보증보험 기능 및 채권단 금융지원 조건 현실화 등 최소한의 노력과 논의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치권이 밥그릇 사수를 위해 총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재 수십만 조선·해양인은 두 발 뻗고 잠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