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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결산-조선] ④선박 수주, 결국 금융권 의지에 달렸다

한·중·일 수주경쟁서 한국 조선업계 지원방안 고민 이뤄져야
“중국 선박금융 금리 1%인데…” 기술력만으로 경쟁 힘들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3-31 16:56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예견되긴 했으나 올해 1분기는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조선업계에 ‘수주절벽’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 조선업계가 1분기에 기록한 9척이라는 숫자는 15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상선시장의 극심한 한파는 조선업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번 결산기사에서는 1분기를 되돌아보고 ‘수주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국내 조선업계의 전략을 알아본다.

▲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 모습.ⓒ각사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선박 발주가 급감함에 따라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조선업계도 선박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소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조선소 운영이 가능한 만큼 국내 조선업계는 경쟁국인 중국, 일본을 제치고 선박수주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선박금융을 담당하는 금융권의 협조도 절실해지고 있다.

31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의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량은 2843만9835CGT(710척)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 3000만CGT선이 무너진 한국은 수주잔량 감소세가 지속되며 2004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세계 1위 조선소’를 자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량도 447만6000CGT(97척)로 2년 간 41.6%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보다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의 일감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들과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국내 조선소들은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살아남은 조선소들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관리에 들어갔다.

또한 수주가뭄으로 도크가 멈추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중국과의 수주경쟁에 무리하게 나서면서 발생한 손실로 채권단은 최소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의 자금지원에 나서야만 했다.

조선산업 특성 상 각 조선소별로 수만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이들 조선소는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조선소가 경영위기에 처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조선소의 회생을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도 조선소가 사라지면 지역경제 자체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조선업계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09년 미국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업계는 올해 1분기 9척에 불과한 선박을 수주하며 중소조선소 뿐 아니라 ‘조선빅3’조차도 일감이 바닥나고 있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산업과 달리 2~3년을 내다보고 운영되는 조선산업은 현재 선박가격이 낮아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일감을 확보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하지만 그동안 상당한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섰던 채권단은 이와 같은 경험으로 인해 선박 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내세우며 조선소의 선박 수주를 억제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은 지난해 채권단 간 갈등으로 인해 선박 수주에 나서지 못하며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성동조선의 경우 우리은행의 자금지원 거부로 인한 채권단 갈등과 삼성중공업의 경영협력 추진으로 인해 RG를 발급해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으며 SPP조선 역시 우리은행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수출입은행 RG발급 거부로 8척에 달하는 선박에 대한 수주가 무산됐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선박에 대해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시킨 ‘Tier III’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서둘러 선박 발주에 나섰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박에 친환경설비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며 이는 선박 건조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선사들은 지난해 무리해서라도 선박 건조계약 체결과 함께 건조작업 돌입의 기준이 되는 용골거치(Keel Laying)에 들어갔으며 발주에 나서지 않았던 선사들은 환경규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놓친 선박들 중 일부는 지난해 발주가 무산됨에 따라 무기한 보류됐으나 이미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발주에 나섰던 선사들은 중국 및 일본 조선업계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중국의 경우 위기에 빠진 자국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직접 선박금융 혜택을 약속하며 글로벌 선사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한국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선사들이 스스로 보유한 자금력만으로 선박을 발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대부분은 금융권의 선박금융 조달을 통해 선박 건조비용을 마련한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경우 약 4600만 달러,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의 경우 약 9400만 달러의 건조자금이 필요하며 통상 여러척을 시리즈선으로 발주하는 만큼 적게는 수천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억 달러의 선박금융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의 금융권들은 선사들에게 선박금융 제공시 1%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금융권들은 적게는 2% 후반, 통상적으로는 3%대의 금리를 적용해 조선소의 기술력이나 선박 품질보다 선박 가격을 비롯한 금융조건을 중시하는 선사들의 경우 중국과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1억 달러의 선박금융을 제공받아 10년간 상환할 경우 금리 1%는 1000만 달러, 3%는 3000만 달러가 된다. 일본의 선박가격이 한국보다 비싸더라도 일본 조선업계가 선박을 수주할 수 있는 이유는 이와 같은 금리의 차이가 선박 가격의 차이를 넘어서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가 선박을 수주하지 못해 도크가 비어버리게 되면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것도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며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정부 및 금융권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