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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선 국회의원들 ‘조선소 표심’ 망각할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4-15 08:22

수많은 논란과 화젯거리를 양산했던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위치한 울산 동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거제,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이 위치한 부산 영도, 현대삼호중공업이 위치한 전남 영암 등 각 지역의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조선업계 근로자들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다시 생산현장으로 향했다.

이들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조선소에 근무하는 주민들이 전체 주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사실상 조선소가 지역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거제의 경우 25만여명에 달하는 지역주민 중 약 20만명이 조선소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을 정도로 조선소는 지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조선소 근로자들의 표심잡기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울산 동구 지원유세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막겠다”고 발언한 것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자동차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울산 동구에서는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새누리당의 안효대 후보를 약 26%의 큰 격차로 제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쉬운 해고 금지, 비정규직 처우 개선, 조선업종 사내하청 차별철폐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김 후보에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을 비롯한 노조와 근로자들의 표가 몰렸다는 것이 당선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거제에서는 김한표 새누리당 후보가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000표 차이도 나지 않는 접전 끝에 겨우 당선됐다.

김한표 후보가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것은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의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변 후보가 무소속 이길종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김 후보는 재선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선 이후에라도 그는 조선소의 표심을 외면해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해양이 위치한 통영과 SPP조선이 위치한 사천 지역은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과 여상규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성동조선의 경우 지난해 채권단의 자금지원 문제 및 삼성중공업의 경영협력, SPP조선은 채권단의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거부와 사천조선소 매각 문제 등으로 인해 조선소 근로자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군현 의원은 지난해 5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 유재훈 금융위원회 구조조정지원팀장,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동조선 금융지원방안 긴급 간담회’를 열고 성동조선의 회생을 위해 정부 및 채권단이 협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여상규 의원 역시 지난해 12월 열린 ‘SPP조선 살리기 결의대회’에 참석해 “사천 주력기업이자 89개 협력사의 사활을 쥐고 있는 SPP조선은 3500여명의 협력사 직원 생계도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우리은행장, 수출입은행장 등 채권단 수장들을 만나 SPP조선 회생을 바라는 지역의 염원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의 의원들은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조선소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소에서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근로자들은 선거 이후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전에 했던 약속을 지켜줄 것인지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앞장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선거 이후에도 조선업계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 표심을 잡기 위해 나왔던 다양한 공약들이 얼마나 이행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전자, 자동차를 제치고 수출 1위에 오르며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한국의 조선산업이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혈세를 낭비하는 골칫덩이로 비난받고 있다”며 “살아남는다면 글로벌 경기가 다시 회복되는 시기에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저력을 믿고 기다려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한국 조선산업은 글로벌 경기가 호황일 때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을 제치고 ‘조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모두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의 태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시장분석기관인 BRS(Barry Rogliano Salles)는 최근 자료를 통해 올해 전 세계적으로 계약이 취소되는 벌크선 규모가 4000만DWT에 달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 조선업계가 지난해 수주한 선박이 약 3500만DWT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전망치는 연간 수주량을 웃도는 것이다.

다행히 컨테이너선, 가스선 등 고부가가치선 위주의 수주와 건조에 나섰던 한국은 지난해 단 한척의 벌크선도 수주하지 않았으며 BRS 전망치의 대부분은 중국 및 일본에 대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벌크선과 해양지원선 분야에서 선사들의 거부로 인도하지 못한 선박이 수백척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선소의 노력 뿐 아니라 1970년대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선업을 육성했던 것처럼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 조선소 근로자의 말이 계속 귓전을 맴돈다.

“글로벌 경기가 다시 회복된다면 한국 조선산업은 다시 수출 1위의 효자산업이 될 수 있고 지금도 세계 1위의 기술력과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혈세로 대규모 적자를 낸 기업을 살린다는 비판 앞에서 직원들 모두 죄인이 된 심정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달리고 있으며, 채권단에서 받은 돈, 열심히 일해서 이자까지 꼬박꼬박 갚아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