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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못가는 조양호-현정은 회장, “정부 눈치보여서…”

이란 경제사절단 명단 누락… 높아지는 구조조정 압박 ‘고뇌’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5-02 12:48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한진그룹, 현대그룹
박근혜 정부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의 단골손님이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각각 해운계열사 리스크로 ‘기회의 땅’인 이란 방문 기회를 포기했다.

장기불황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조기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압박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과 현 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정부의 이란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 이슈의 한가운데 있어 주요결단 등을 내리기 위해서라도 몸을 빼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초 명단에 포함됐다가도 자의적으로 빠진 분(조양호 회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민이 크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8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이란은 아시아권에서도 대규모 시장에 포함된다. 올해 초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블루오션 개척을 눈독들이고 있다. 불황으로 주력인 수출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국내로서도 이란은 기회의 땅인 셈이다.

해운업계에서도 이란으로의 물동량 증가로 인한 항로 다각화의 당위성이 높아지는 상태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의 주력노선이었던 유럽 및 미주항로의 운임료가 공급과잉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도 올해 2분기 내로 이란 등 중동 주력 노선(FMX) 중심의 노선 및 선대개편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항로개편 내지 신사업 등을 위해서는 CEO를 위시한 기업 오너급 인사들의 현지 방문 및 협력관계 구축은 필수다. 더욱이 현재는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의 시황 침체를 겪는 상황으로 새로운 화주들이 있는 곳이면 해운사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하는 처지다.

그럼에도 국내 해운업계 양대 산맥의 수장들은 이번 기회를 본의 아니게 놓치면서 해운시황 침체에 대한 고민과 정부의 압박 강도를 동시에 입증했다.

우선 한진해운의 경우 이르면 오는 4일 용선료 인하 협상 및 사채권자 채무조정,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를 통한 사업기반 유지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 자율협약 조건을 놓고 정부 측이 조 회장에게 눈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억5000만주에서 6억주로 확대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울러 같은 한진그룹 산하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신종자본증권 2200억원을 전액 인수하고, 런던사옥과 자사주 등을 활용해 3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모기업 측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왔다.

조 회장 손으로 넘어온 2014년부터 한진해운은 흑자 전환에도 성공하고 2013년 10조원에 가깝던 부채도 지난 2015년 6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실적 면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는 시황 속에 6조원대의 부채는 너무 부담이 커 자칫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리스크가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또 20대 총선을 전후로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도 예전 같지 않으면서 조 회장의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한진해운에는 상당한 애착도 있어 막상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는 했어도 정부의지와 달리 경영권 포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더 적극적인 자구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2014년 제수(최은영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한진해운을 맡은 뒤 주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해왔다”고 말했다.

조 회장으로서는 한진해운은 각별했던 동생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운영하던 회사인 데다, 한진그룹의 자랑인 육·해·공 통합 물류 서비스의 한 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그룹은 올 초에만 해도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는 물론 중요 기간산업인 대한민국 해운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다 하겠다”고 적극적인 회생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현실성 있는 정부 지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총선이 끝난 이후에는 “현 회장만큼의 정성(이사회 의장 사임 및 사재출연 등 선제적 고강도 구조조정)을 보이지 않으면 자율협약은 없다”고 으름장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이미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한 현대상선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 회장은 이미 현대상선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했지만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용선료 인하 협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례를 깨고 구조조정 1타겟으로 현대상선을 직접 지목한 것도 최근이다.

현재는 용선료 인하가 모든 문제해결의 실타래라고는 하지만 그나마 성공 확률도 그렇게 높지 않다.

불황이라는 해도 해외선주들 입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고객 중 한 곳이 없어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쇄위험 체감도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용선료 인하 자체가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경제사절단 단골손님들이 불참을 결정했겠느냐"며 “궁극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일지라도 현재는 자율협약 조건이 아닌 모든 것은 정부와 채권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