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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해답은 있다-1] "배고프다니까 수술하자고?"

중국·일본 조선, 자국 정부 및 선사 지원으로 일감 확보 나서
한국 정부 “수주지원정책 없다” 수주가뭄 속 구조조정만 강요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01 16:41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광풍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번졌다. 비용절감을 비롯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상황이나 해운산업과 함께 전략산업이자 세계 1등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조선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조선빅3’를 중심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와 글로벌 조선시장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편집자 주]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사진 위부터 반시계방향).ⓒ각사

구조조정 광풍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주가뭄이 지속되며 조선업계의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조선산업이 글로벌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경쟁국인 중국 조선업계는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자국 선사들의 발주로 최소한의 일감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 조선업계에 대해 국책은행을 앞세워 구조조정만을 강요할 뿐 수주와 관련한 지원정책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는 각각 채권단과의 협의 하에 자구안 마련 및 구조조정 추진에 나섰다.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수조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조선빅3’는 올해 들어 5개월 간 수주실적이 총 10척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수주가뭄까지 겪으면서 자금유동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조선빅3’에 일정비율 이상의 직원감축을 비롯해 비핵심사업 정리, 경기침체로 인해 활용성이 떨어진 설비 등 자산매각까지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이 ‘조선빅3’까지 번지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 광풍에 빠져들게 됐다.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더라도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조선소는 최소한의 일감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수주활동에 나서야 하나 글로벌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수입하는 화물에 대해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이용해 운송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점을 이용해 선박금융도 선박가격의 80% 이상을 1%도 안 되는 금리에 제공하기 때문에 선사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중국 은행이 선박 발주에 따른 부대비용까지 감안해 100% 이상의 자금을 거의 제로금리에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박 가격과 선박금융 측면에서는 한국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지원하진 않으나 일본 선사들이 일본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성향이 강하며 필요한 경우 일본 선사가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외국 선사가 용선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1월 이마바리조선이 수주한 11척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들 수 있다.

이들 선박은 자국 선사인 쇼에이키센카이샤(Shoei Kisen Kaisha)가 발주했는데 쇼에이키센카이샤는 대만 에버그린(Evergreen)과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했다. 발주에 따른 자금을 쇼에이키센카이샤가 부담하고 에버그린은 용선료를 지불하면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인 것이다.

이 계약은 이마바리조선의 마루가메조선소에 대형 도크가 없었음에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마루가메조선소의 도크는 길이가 270m에 불과해 400m에 달하는 1만8000TEU급 선박의 건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마바리조선은 대형 도크를 건설한 이후 선박 건조에 나서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선박 인도시기도 조정됐다. 쇼에이키센카이샤는 외국 선사인 에버그린과 이와 같은 조건으로 용선계약을 이끌어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마바리조선은 조선그룹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에서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이를 비롯해 MOL(Mitsui OSK Lines)을 비롯한 일본 선사들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증가하고 있는 LNG 등 가스에너지 수입에 필요한 선박들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며 글로벌 수주가뭄 속에서 일본 조선산업이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선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며 정부는 이를 분명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외국 선사들이 한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도록 이끌 수 있는 정책 같은 것은 없다”며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해안을 운항하는 페리선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한국 여객선사들이 한국 조선업계에 페리선을 발주해 노후 페리선을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이 정도가 현재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를 위한 지원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의 경우 대형 페리선을 건조한 사례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조선빅3’가 연안을 운항하는 페리선 건조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한국 연안을 운항하는 페리선은 현대미포, 대선조선 등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들에 적합하다.

구조조정에 나서더라도 안정적인 조선소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수주는 지속해야 하는 ‘조선빅3’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선박금융 지원과 일본 선사들의 자국발주 고집을 이겨낸 다음에 경쟁국들의 조선소와 수주경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시기에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은 당연히 추진돼야 하나 사람의 경우도 수술 받으면서 최소한의 음식은 섭취해야 수술을 버티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현재 정부는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정작 현재의 위기상황을 버틸 수 있는 수주 지원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