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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으면서도 다른 현대상선-한진해운, 남은 과제는

양사 모두 자율협약 열쇠는 용선료 협상… 분위기는 ‘온도차’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6-01 18:03

장기 시황 침체로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숙제’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2월 자율협약을 신청했던 현대상선은 이미 현대증권 등 보유자산 매각과 채무재조정 등의 자구안을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한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았으나 보유자산 매각작업이 순항 중인 데다, 최근 첫 사채권자집회에서도 채무재조정에 성공했다.

양사가 비슷한 내용의 자구안을 이행 중인만큼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관건은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용선료 협상이 되는 셈이다.

◆자율협약 ‘열쇠’ 용선료 협상, 현황은

양사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시기는 2개월여의 시간차가 있다. 채권단과 약속한 용선료 인하 협상 완료 시한을 기준으로 현대상선은 이달 초까지, 한진해운은 오는 8월까지 자구안을 완료해야 한다.

다른 자구안을 모두 기간 내 이행했다 해도 용선료 협상 하나를 이행하지 못하면 무조건 법정관리행이다.

시간적 여유 면에서는 양사의 처지가 다르다고 해도 용선료 인하 협상은 국내 채권자도 아닌 해외선사들을 설득해야 할 일인 만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에게 큰 난제다.

용선료 인하는 그 자체가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전 문제 및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큰 사안이다. 원래대로라면 수년에 걸쳐서 진행되는 일인 데다, 수많은 해운고객들을 거느리고 있는 선주들 입장으로서는 굳이 국내 해운사들의 제시안을 수용할 의무도 없다.

협상시한이 지난달 20일에서 이달 초까지 보류됐던 현대상선은 협상에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따진다면 그동안 용선료 인하에 대한 입장을 유보해온 유력 컨테이너선주 조디악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정도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선주들은 현대상선이 부도나면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설득에 용선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계 선주인 조디악이 계약 해지에 따른 법리적 내지 금전적 문제 및 다른 해운 고객사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우려해 용선료 인하에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다른 선사들도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상황이다. 조디악은 그리스계 선주 다나오스에 이어 현대상선에 두 번째로 용선료를 많이 받는 곳이다.

해운업계 한 소식통은 “중요한 것은 현대상선이 원하고 있는 용선료 인하율(30%)을 선주가 동의해주느냐 여부인데 현재로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협상은 모든 법리·금전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물리적으로 기한을 정해놓고 그 날짜에 마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진해운도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회사를 선정하고 해외선주 설득을 위해 협상팀을 파견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희소식은 없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한진해운이 운용 중인 벌크선 한 척이 용선료 연체 문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되면서 용선료 협상 결과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비록 억류됐던 벌크선은 풀려났지만 워낙 밀린 용선료가 많아 한진해운 선박이 추가로 억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지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협상 초기이고 현대상선에 비해서는 시간적 여유도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이미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을 제외한 나머지 자구안은 대부분 이행한 상태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벌크전용선 사업부 및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 등으로 1조원을 웃도는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용선료 협상과 마찬가지로 난제였던 다섯 차례의 채무재조정도 모두 성공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4112억원 규모의 터미널 및 사옥 유동화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잔류를 완료한 상황인 만큼 나머지 자구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채권단과 약속한 기간 내 이행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상선-한진해운, “같은 문제, 다른 분위기”

용선료 협상이 난제라는 점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마찬가지라지만 현재 내부 분위기만큼은 사뭇 다르다.

이미 올 초부터 자구안을 실시해온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을 제외한 나머지 자구안은 100% 수행했다. 특히 다섯 차례의 사채권자집회를 성공리에 마쳤기 때문에 선주들에 대한 협상력도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주요고객이라 할 수 있는 5개 컨테이너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율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아울러 17개 벌크선사들에게도 용선료 인하와 관련한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다.

아울러 추후 영업력 확대를 위해 올 초 진입에 실패했던 제3의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도 재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이 초기 단계인 데다, 당장 오는 17일 또 한 번의 사채권자집회도 앞둔 만큼 상황이 다르다.

더욱이 용선료 연체 문제로 선주 측으로부터 배를 억류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이에 따라 용선료 인하 협상과 채무재조정에도 악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 한진해운은 1만TEU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린 캐나다 선사 시스팬에게도 3개월치의 용선료를 미납한 상태다. 연체료는 1160만 달러(한화 138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스팬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제의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팬은 한진해운의 최대선주인 만큼 이 회사에 대한 용선료 연체에 따른 파급력도 상당하다.

물론 채권단이 준 용선료 인하 협상 시한은 아직 3개월여(오는 8월 말까지)가 남아 있기에 협상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는 있다. 시스팬을 포함한 한진해운의 전체적인 용선료 연체 규모도 회사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은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용선료 연체 자체가 업계에서는 드문 일인 만큼 이번 사태로 한진해운의 유동성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당장 500억원 정도는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총 자산 매각 규모도 4000억원대에 불과한 만큼 1조원에 달하는 모든 용선료를 조달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용선료 조기 회수를 위한 선박 억류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용선료 협상이 되지 않으면 사채권자집회에서도 채권 상환 기간 유예 등에 대한 동의를 얻기 힘들어진다.

이밖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억류 사태로 힘들게 가입한 새 해운동맹 잔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긴 했지만 아직은 기존 동맹인 ‘CKYHE’ 소속인 만큼 한진해운 선박에 짐을 맡긴 화주들과 같은 동맹 소속 해운사들이 많다”며 “억류사태가 이어지면 이 해운사들과의 국제소송으로 이어져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