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0일 15:49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한국 조선, 해답은 있다-3]괭이 팔고 호미 팔고 나면, 뭐가 남나

‘조선빅3’ 설비 30% 감축하면 연간 7조원 외화 획득기회 날리는 꼴
호황기 찾아오면 ‘전차군단’ 못지않은 효자산업…경기회복 대비해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07 10:14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광풍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번졌다. 비용절감을 비롯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상황이나 해운산업과 함께 전략산업이자 세계 1등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조선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조선빅3’를 중심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와 글로벌 조선시장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편집자 주]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상위 5개 조선소가 75%를 차지하는 한국 조선업계 특성 상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조선빅3’의 설비를 30% 감축하는 것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규모의 외화 획득기회를 스스로 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현대중공업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경영위기설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조속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조선사 임직원들의 임금삭감 및 인원감축에 이어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생산설비의 감축까지 강조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극심한 불경기를 이유로 설비감축에 나서는 것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일부 설비의 감축까지 추진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부 도크의 순차적인 폐쇄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플로팅도크 매각 등 설비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조선빅3’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글로벌 호황기를 맞아 넘쳐나는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확대에 나섰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증가하면서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건조를 위한 별도의 도크를 만들었으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한정된 부지를 극복하기 위해 플로팅도크와 해상크레인을 추가 도입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01년 1840만CGT 수준이었던 글로벌 선박인도량은 2006년 3210만CGT로 3000만CGT선을 넘어선데 이어 2010년 5310만CGT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후 2012년 4750만CGT, 지난해에는 3650만CGT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3000만CGT 중반을 넘어서는 규모의 선박이 인도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경우 2001년 570만CGT 수준이던 연간 인도량은 2006년 1110만CGT, 2011년에는 1620만CGT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량도 1270만CGT로 여전히 1200만CGT 이상의 선박을 매년 인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 2009년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전자와 자동차를 제치고 수출 1위에 올랐으며 연간 1500만CGT 이상을 인도하던 2011년까지 한국의 수출 비중에서 10% 이상을 점유하며 ‘효자산업’으로 각광받았다.

연간 인도량이 2001년 대비 1000만CGT 이상 늘어나며 ‘효자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선박 발주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인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벌크선을 중심으로 신생 조선소가 급증한 중국의 경우 한때 연간 인도량이 2000만CGT를 넘어선 반면 198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설비감축에 나섰던 일본은 호황기 시절에도 연간 인도량이 1000만CGT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자 일각에서는 ‘조선빅3’에 대해 설비의 30%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조선빅3’에 포함되지 않으나 현대중공업이 설비감축에 나설 경우 이와 비슷한 수준의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선빅3’에 대부분의 수주가 집중된 한국 조선업계 특성으로 볼 때 일본과 같은 설비감축을 단행한다면 대형 조선소 하나를 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에 따른 수혜는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조선빅3’와 현대삼호, 현대미포 등 한국 상위 5개 조선소가 인도한 선박은 총 953만CGT로 한국 조선업계의 인도량에서 7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상해외고교조선을 비롯한 중국 상위 5개 조선소가 자국 조선업계에서 차지하는 인도량 비중은 24.5%(318만CGT)이며 일본의 경우도 24.8%(166만CGT)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확한 규모를 산정할 수는 없으나 생산설비 감축비중이 인도량 감소비중과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생산설비를 30% 감축한다면 한국 조선업계의 연간 인도량은 286만CGT가 줄어들게 된다.

국내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지난해 인도량이 249만CGT(50척)이므로 설비감축에 따른 인도량 감소 규모는 울산조선소 수준을 웃돌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수주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5월까지 글로벌 누적 선박 발주량은 불과 150여척으로 이와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연간 발주량은 500척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클락슨이 통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연간 기준 선박 발주량이 1000척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IMF 직후인 1999년(980척)이 유일하며 미국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침체됐던 2009년에도 선박 발주량은 1400여척을 기록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초유의 수주가뭄으로 선박가격도 200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2018년 하반기 인도를 목표로 선박 발주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통상 선박 건조에 2년 안팎의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사들은 올해 여름부터 조선사들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여론의 뭇매로 인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30%의 설비감축에 나선다면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규모의 외화획득 기회가 중국이나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울산조선소가 지난해 상선 인도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60억 달러로 7조원을 웃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현재로서는 호황기 당시 늘렸던 설비 중 일부가 선박건조에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산성과 효율 향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는 다른 누구보다 기업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그에 따른 적절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나 채권단의 강요에 의해 일률적인 설비감축이나 자산매각이 추진된다면 기업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글로벌 조선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경쟁국들을 이기고 조선강국의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인지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