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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해답은 있다-4]‘내수 혹은 저가’ 중국 조선 경쟁력은

자국 선사 발주 ‘발레막스’가 수주량 95% 차지…나머지는 소형선
1년 이상 수주 못한 민영조선소 적자수주 경쟁에 ‘자살행위’ 비판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09 09:53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광풍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번졌다. 비용절감을 비롯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상황이나 해운산업과 함께 전략산업이자 세계 1등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조선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조선빅3’를 중심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와 글로벌 조선시장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편집자 주]

▲ 진하이중공업 조선소 전경.ⓒsplash247

올해 들어 글로벌 조선시장이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 까지 글로벌 발주량은 155척으로 클락슨 통계 이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연초 5개월 간 발주된 선박이 500척 이하를 기록했던 적은 없었으며 1990년대까지 포함할 경우 IMF로 어려움을 겪던 1999년 308척이 가장 적은 기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조선업계는 일감확보를 위해 치열한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으나 조선업계 불황이 해운업계 불황의 영향을 받은 만큼 글로벌 선사들 입장에서도 선박 발주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선박 수주량의 40.2%(200만CGT)를 차지하며 한국(5.3%, 27만CGT), 일본(6.3%, 31만CGT)에 비해 두드러진 수주행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의 경우 글로벌 발주량의 67.4%(102만CGT, 26척)를 쓸어 담았는데 월간 기준 67%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클락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수주행진이 부각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이 이제 중국에 ‘조선강국’의 지위를 내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수주한 선박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일부 국영조선소를 제외한 중국 조선소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1~5월 DWT 기준으로 약 1264만DWT 규모의 선박 63척을 수주했다.

같은 기간 한국이 85만DWT(14척), 일본이 102만DWT(15척) 수주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와 같은 수주성과는 경쟁국들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수주행진에는 자국 선사들이 발주한 ‘발레막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CMES(China Merchants Shipping)를 비롯한 중국 선사들은 상해외고교조선 등 자국 조선업계에 ‘발레막스’로 불리는 총 30척의 40만DWT급 VLOC(초대형광탄운반선) 발주를 단행했다.

이는 DWT 기준 중국이 올해 들어 5개월간 기록한 수주량의 95%에 달하며 월간 기준 글로벌 수주량의 67%를 차지한 이유가 되고 있다.

‘발레막스’를 제외한 중국의 수주량은 33척(약 64만DWT)으로 척당 평균 크기는 2만DWT에도 못 미친다.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영 조선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박들은 거의 모두 중소조선소에서 건조 가능한 핸디사이즈 미만의 선박들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조선업계의 가장 심각한 위기가 바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중소형 선박 수주에 나서는 중소 민영조선소들에 있다.

국영 조선소들이 자국 선사로부터 선박을 수주할 경우 한국 대비 낮은 선가에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여전하나 중국에서 건조할 때 원가는 보전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진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민영 조선소들은 적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 수주에 나서지 못하면서 도크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도크가 비어 있으니 손실을 보더라도 도크부터 채우지 않는다면 당장 조선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진하이중공업(Jinhai Heavy Industry)의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수주가 저가수주를 넘어 심각한 적자수주를 단행한 대표적인 사례다.

진하이중공업은 ‘빅존’으로 불리는 존 프레드릭센(John Fredriksen)이 이끄는 유조선사와 VLCC 4척(옵션 2척 포함) 수주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진하이중공업이 선박가격으로 7800만 달러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VLCC의 최근 시장가격은 9000만 달러 수준이며 중국 조선업계에서는 8700만~8800만 달러를 원가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진하이중공업은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척당 약 1000만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으며 일각에서는 진하이중공업에서 제시한 척당 선가가 75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심각한 적자수주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국 조선소들이 진하이중공업과 비슷한 수준의 선가를 제시하며 경쟁에 나섰다는 점이다.

진하이중공업은 2014년 이후 수주가 없었으며 다른 민영 조선소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적자수주’는 조선소가 문을 닫는 시기를 좀 더 늦춰주는 것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계가 외형적으로는 많은 수주실적을 거두며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상 저가수주에 매달리고 있으며 한국 조선업계는 수주가뭄에도 원가 이하의 수주에 나서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감부족을 견디다 못한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수주에 나서고 있는데 이 조선소들은 향후 1~2년 안에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조선업계가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 이상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다시 수주행진에 나서는 시기도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