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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해답은 있다-6]다시 오는 새벽…기지개 켜는 한국

글로벌 선사들, 포시도니아 계기로 전략적 파트너와 계약 체결 재개
선가 반등요인 많아…‘바닥’ 인식되면 선사간 발주경쟁 본격화 전망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14 16:23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광풍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까지 번졌다. 비용절감을 비롯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상황이나 해운산업과 함께 전략산업이자 세계 1등을 자부하는 한국 조선업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조선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조선빅3’를 중심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와 글로벌 조선시장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편집자 주]

▲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조선소 전경(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각사

올해 상반기는 클락슨이 통계를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적은 선박이 발주됐다. 지난 10일 기준 글로벌 발주량은 188척으로 이달 말까지 200척을 약간 넘는 수준의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상반기 기준 선박 발주량이 가장 적었던 시기가 1999년(382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선박시장의 침체는 우려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량도 20척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선사들이 2018년 하반기 인도를 목표로 선박 발주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길었던 어둠이 걷히고 다시 새벽이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사들이 2017년 납기보다 2018년 납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해운시황이 2018년 이후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며 선박 건조에 통상 2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사들이 올해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선박 발주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강화된 환경규제와 함께 벌크선, 컨테이너선 시황 침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조선시장은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선사들이 2018년 2분기 이후 선박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먼저 발주를 단행하는 선사가 나올 경우 다른 선사들도 뒤이어 조선소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의 이와 같은 기대감은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Posidonia)에서 현실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조선소와 잇달아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발주에 나서기 시작한 것.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Angelicoussis Group)은 대우조선해양에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 및 LNG선 2척을 발주하며 지난 1994년 이후 누적 발주를 88척으로 늘렸다.

또한 각 2척씩 총 4척의 옵션을 이번 계약에 포함시킴으로써 대우조선과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변함없음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 차코스(Tsakos)도 성동조선해양에 7만5000DWT급 석유제품선 4척(옵션 2척)을 발주하며 누적 발주량을 15척으로 늘렸다.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John Fredriksen)의 유조선사인 프론트라인(Frontline)은 현대중공업이 메트로스타(Metrostar Management)로부터 수주했다가 발주사의 포기로 재매각(Resale)을 진행하고 있는 VLCC 4척의 구매를 결정했다.

프론트라인이 중국 진하이중공업에 VLCC 4척을 발주키로 했다가 이를 포기하고 한국 조선업계로 발길을 돌렸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진하이중공업은 프론트라인에 척당 7800만 달러의 선가를 제시한 반면 현대중공업이 재매각으로 내놓은 선박들의 선가는 척당 8400만~8500만 달러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프론트라인이 싼값에 품질과 납기를 보장할 수 없는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것보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선박을 확보키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사들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7월부터 8월까지 큰 움직임은 없겠지만 이후 유조선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발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선박 원자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데 이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가 구조조정을 이유로 설비감축에 나서는 것도 선박가격 인상요인인 만큼 선사들로서는 지금이 낮은 가격에 신형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문제는 지속적인 하락세로 인해 10여년 전 수준까지 떨어진 선박가격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올해부터 건조되는 선박들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설비들이 추가로 설치돼야 하며 이에 따른 비용은 선종에 따라 적게는 척당 150만 달러에서 많게는 300만 달러 가까이 소요된다.

반면 지난해 말 9350만 달러였던 VLCC 가격은 현재 8900만 달러로 450만 달러나 하락했으며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가격도 4300만 달러로 300만 달러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선사들은 한국 조선업계에서 제시하는 선박가격이 중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선박중개업체를 통해 압박하고 있다.

한 선박중개업체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는 VLCC에 대해 척당 8500만~9000만 달러, 수에즈막스는 5800만~6000만 달러, 아프라막스는 4800만~5000만 달러의 가격을 선사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선사들에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선사들이 선박 발주를 앞두고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것일 뿐 선사들이 원하는 인도날짜를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발주경쟁에 나서기 시작하면 선박가격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황이 여전히 침체돼 있긴 하나 올해 폐선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내년 이후의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벌크선 시장의 경우 지속된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 들어 폐선된 선박만 이미 2000만DWT를 돌파했으며 컨테이너선 시장도 공급과잉 문제와 함께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에 따른 기존 파나막스급 선박의 조기 퇴출로 폐선 규모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도 선박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반등세로 돌아설 요인들도 많아지고 있어 글로벌 선사들은 언제가 바닥일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몇몇 선사들이 발주에 나서기 시작하면 선박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누가 먼저 나서느냐에 따라 선사들의 발주경쟁 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