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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불사 VS 백지위임, 엇갈리는 조선업계 노조 행보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일방적 구조조정 반발 파업절차 나서
한진중공업·대선조선, 임단협 위임하며 조기 위기극복 박차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15 06:00

▲ 지난해 5월 거제에서 열린 조선업종노조연대 출범식 모습.ⓒEBN

조선업계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돌입하면서 조선사별로 노조의 행보도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형 조선사 노조들은 정부 및 채권단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반면 중소조선사 노조들은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지난 13~14일 진행된 쟁의행위찬반투표에서 85%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통상적으로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 앞서 총회를 열고 쟁의행위찬반투표를 비롯한 합법적인 파업절차를 밟음으로써 협상이 결렬될 경우 파업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린다.

실질적인 파업 돌입이 아니라 사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찬반투표를 실시할 뿐 대우조선 노조는 20여년간 파업에 돌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까지와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최근 3년간 5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으며 이 자구안에는 특수선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한 후 지분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 오는 2020년까지 2000여명의 직원을 줄이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20여년간 무분쟁으로 협조해온 하위직 근로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투표를 통해 조합원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사측과 채권단이 마련한 자구계획을 저지하고 고용보장을 위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도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등 합법적인 파업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건설장비, 전기전자 등 비조선 사업본부를 분사키로 한 사측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 비조선 사업본부는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을 성장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사측이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보다 더 많은 것을 정리키로 결정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 비조선 사업본부에 속한 약 1000명의 조합원들은 사업본부 분사와 함께 현대중공업 노조의 조합원 자격도 상실하게 돼 정리해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대형 조선사 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중소조선사 노조들은 사측과 힘을 모아 조속한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은 올해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하며 회사의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대선조선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교섭으로 임단협을 타결한 이후 50개 부서를 36개로 축소했다.

또한 원가관리시스템 구축, 임직원 임금반납 및 근로시간 단축, 잔업·특근 폐지 등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조기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740억원에 달했던 대선조선의 영업손실은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158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추가 자구계획안 마련을 통해 영업이익의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노동조합도 회사 경영현황과 업황을 감안해 올해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한 것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설립된 지난 1937년 이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의 강성 일변도였던 한진중공업지회에 반발해 2012년 복수노조로 출범한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듬해인 2013년 부산시장 등 지역 주요인사들을 방문해 회사 살리기를 호소하며 회사와 조합원의 생존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간 협력적 관계를 정립한 노력을 인정받아 노사문화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노조는 약 20년간 단 한 번의 파업 없이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부 및 사측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1번지’이며 대선조선 역시 1945년 설립 이후 71년의 전통을 가진 조선소”라며 “오랜 역사를 지닌 이들 조선소들이 숱한 위기를 거치며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저력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