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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의 조선소, 다 쓰러져야 잠잠해질텐가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16 06:00

▲ ⓒEBN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적자에 이어 비리의혹으로 검찰 수사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글로벌 ‘조선빅3’에 동시다발적으로 몰아닥친 경영위기와 의혹에 모든 언론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자산을 팔고 직원을 줄이라며 구조조정의 목소리를 높였고 여론은 연일 한국 조선업계가 망해가고 있다는 기사를 양산해냈다.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 분식회계를 비롯한 비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들로 넘쳐나면서 이에 못지 않은 오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조선소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한 중소조선사는 모 경제지의 법정관리와 자체청산 보도에 대해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중소조선사도 모 언론사의 파산 가능성 보도에 대해 추가 자구안을 추진해 올해 중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리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그리 쉽게 남의 회사에 대해 파산을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런 오보가 우리와 계약하는 선사들 및 기자재업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우리 조선사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히는지는 아예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으로 한국 조선업계도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조선빅3’의 동반부실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조선업계에 모든 언론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매각하고 해고하라. 살아남고 싶다면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내던지고 부채비율을 낮춰라. 그런 방향에 맞춰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라는 기사들이 정부 고위관계자발로, 채권단 관계자발로 매일같이 쏟아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 다시 찾아올 경기회복 시기에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을 제치고 ‘조선강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가 만난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한국에서 조선산업은 이미 끝났다”는 말을 내뱉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SNS를 통해 생중계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지금의 정부, 채권단, 언론의 행태가 겹쳐 보인다는 사실에 섬뜩하기까지 하다.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전혀 자극적이지가 못한 까닭이다.

예전에 어느 조선소에 갔다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생긴 경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모 일간지 기자에게 취재를 부탁했다고 한다. 일간지 입장에서는 전혀 자극적인 내용이 없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의 취재요청에 이 기자가 한마디 툭 던졌다.

“하다못해 건조하던 배가 물에 빠졌다던가, 아니면 조선소에서 사람이라도 죽었다던가 해야 기사가 되지 이런 행사기사를 어디에 올리라고 부른거요?”

사람이 맵고 짠 음식에만 손을 내밀 듯 독자들도 어디가 망한다더라, 어디에 누가 큰일났다더라 하는 이야기에만 눈길을 보낸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하는 기사는 존재의 가치를 가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동창인 아무개의 친구, 동네친구의 친척,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모두가 같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전부 망해버리라는 저주와 같은 말들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국의 조선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제치고 한국의 수출 1위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같이 고민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