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3일 02:35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늦어지는 RG 발급, 속타는 조선업계

현대중공업도 3주 걸려…중소조선사는 더욱 심각
수주활동에 악재 “힘든 시기 ‘우산’ 뺐지 말아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6-25 06:00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전경.ⓒ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업계가 이전보다 길어진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에 애를 태우고 있다.

RG를 발급하는 금융업계는 이전보다 높아진 리스크 때문이라고 하나 선주사와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고도 최종계약확정을 의미하는 RG를 받는데 최소 보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됨에 따라 조선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LNG선 2척에 대한 RG를 발급받았다. 지난주 KEB하나은행이 1척에 대한 RG 발급을 결정한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나머지 1척에 대한 RG를 발급키로 하면서 선박 건조계약이 최종 확정됐다.

이들 선박은 SK E&S로부터 수주한 18만㎥급 LNG선으로 지난달 27일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RG 발급을 결정한 것이 이로부터 약 20일 지난 후였으며 이후 수출입은행도 현대중공업에 RG 발급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현대미포조선도 40000DWT급 석유제품선을 수주했으나 RG를 받는데 3주 가까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대형 조선사들은 RG를 신청하면 늦어지더라도 일주일 이내에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좋을 때만 해도 현대미포가 RG를 신청하면 1~2일 만에 RG가 발급됐으며 특수한 경우라 해도 일주일 내에 받을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빅3’의 대규모 적자와 자금유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금융권에서 RG 발급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RG 발급으로 금융권은 6% 정도의 수수료를 챙기는데 선박 가격이 척당 수백억원에서 LNG선의 경우 2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RG 발급에 따른 금융권의 수수료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며 “이런 이유로 호황기에는 모든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달리 수주계약 체결 후 약 일주일 만에 RG를 발급받는데 성공했다.

지난 9일 그리스에서 열린 포시도니아(Posidonia) 행사에서 안젤리쿠시스그룹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 LNG선 2척 등 총 4척을 수주한 대우조선은 17일 RG를 발급받았는데 이는 안젤리쿠시스그룹이 20여년간 대우조선에만 90척 가까운 선박을 발주할 정도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선사라는 점이 작용했다.

반면 포시도니아 행사에서 차코스(Tsakos)로부터 7만5000DWT급 석유제품선 2척을 수주한 성동조선해양은 아직까지 RG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차코스는 성동조선 설립 이후 15척에 달하는 선박을 발주할 정도로 우호적인 선사이나 채권단에서는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며 RG 발급에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권이 RG 발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글로벌 선사들도 향후 추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선사들이 한국 조선업계에 발주한 선박에 대해 RG가 발급될 경우 이는 다른 선사들에게도 계약을 체결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계약금액과 함께 RG 발급 여부에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마저도 RG 발급에 3주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중소조선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 RG를 발급받는데 3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중소조선사는 무조건 한 달 이상, 어쩌면 두 달까지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RG 발급에 두 달이 걸린다고 하면 이를 기다려줄 수 있는 선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PP조선의 경우 지난해 채권단인 수출입은행이 우리은행과의 갈등을 이유로 마지막까지 RG 발급을 거부함에 따라 8척에 달하는 선박의 수주계약을 체결하고서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선사들과 쌓아왔던 SPP조선의 신뢰도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RG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한국 조선업계에 우호적인 선사들도 차선책으로 일본이나 중국 조선업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금융권은 또다시 ‘우산’을 뺏어가는 행위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