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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노조, 구조조정 동참하자”… ‘대화’ 아닌 ‘협조’ 요구

인력 및 생산능력 감축 불가피성만 부각
노조 반발에 자구안 이행 차질 가능성 커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6-29 16:18

▲ 조선업종 노조연대 집회 모습.ⓒEBN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및 노동자협의회(삼성중공업)가 파업결의 등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 측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 중인 가운데 사측이 노조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3사가 채권단과 마련한 자구안은 노조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구조조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노조 협력 없이는 정상적 이행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사 자구안 모두 노조와의 사전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확정된 만큼 노조 설득을 위한 각 사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사측, 무조건적 협조 요청 지속

현대중공업은 오는 7월 1일 비상경영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이 설명회는 최길선 회장 및 권오갑 사장 등 경영진이 상반기 경영현황 및 하반기 전략 등을 설명하는 자리다.

최근 수주가뭄이 지속되고 추후 시황 회복도 장담할 수 없는 불투명한 경영환경인 만큼 노조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인력 및 생산능력 감축 등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CEO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보수적인 사내문화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은 현재 회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대내외에 부각시키겠다는 의미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창사 이래 최초로 그 대상을 생산직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비효율 도크 가동도 순차적으로 중단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현대중공업 설명회가 단발성 퍼포먼스 측면이 강한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지난 4월 중순 총선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지속되자 자구안 제출을 놓고 노조 측과 꾸준히 물밑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위임원 임금 반납 및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의 수준으로 무수한 자구안 초안들이 오갔다. 올해 인도해야 할 일감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와 채권단이 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감행하면 경영진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지속적으로 생산직 포함 인력감축 및 도크 순차적 폐쇄 등을 요구했고 결국 이달 초를 기해 해당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확정했다.

이후 노조 반발이 표면화되자 사측은 지속적으로 노조의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막상 희생을 치러야할 근로자와의 조율 없이 채권단과 자구안을 확정하고 일방적으로 협조만 요청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더욱이 정부 측은 양사 노조들이 최근 파업을 결의하자 금융지원을 끊겠다는 으름장까지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29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조선업계 CEO 간담회에서 “노조와 자구안에 대한 합의를 볼 여유가 없었고 이제라도 대화할 생각으로 매일 만나고 있다”며 “노협이 파업에 들어가면 은행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우리 노조도 회사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업까지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노조 “이미 다 결정해 놓고 무슨 설득인가”

빅3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반기 자구안 이행 내지 임금·단체협상마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노조들이 최우선으로 주장하는 것은 노조원 대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고용보장이다.

양사 노조는 파업결의 후에도 “정부와 채권단은 물론 사측과도 대화해보겠다”며 여지는 남겨뒀다. 하지만 이미 정부 차원에서 인력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안이 확정됐기 때문에 번복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노협 한 관계자는 “우리가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고용안정”이라며 “경영진의 부실경영 및 채권단의 관리 소홀은 제쳐두고 시키는 대로 일한 죄밖에 없는 근로자에게 현재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황 회복기를 대비한 조선업 경쟁력 유지 및 지역경제 파탄 등의 후유증을 계산에 넣지 않은 정부의 비전 없는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고 떠나게 되면 이는 거제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최근 거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내용을 알리는 선전전에 나섰는데 많은 시민들이 호응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선업은 거제도 경제의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가 삼성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 관련 협력업체 종사자들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도 최근 공식입장을 통해 “(정부는)자구안에 대한 분명한 설명도 없이 파업을 한다면 약속대로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으름장만 놓고 있다”며 “지난 2015년 말 파업자제 동의서를 제출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십만명의 국민들을 위한 조치였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와 과도한 개입 및 채권단의 관리감독 소홀, 일부 경영진들의 부실경영으로 망쳐놓은 대우조선해양을 마치 노조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