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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곳 없다” 극단으로 치닫는 조선빅3 노사

정부와 금융권에 몰린 사측, 수천명 인력감축 강행 나서
“동료를 지켜야 한다” 삼성중공업 이어 줄줄이 파업 예고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7-07 17:20

▲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이 7일 열린 파업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 노조가 모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절차를 마친 가운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가장 먼저 파업에 나섰다.

정부 및 채권단의 압박으로 일부 직원들을 내보내야만 하는 사측과 임금동결은 감수하더라도 인원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의 입장이 엇갈리며 ‘조선빅3’ 노사의 갈등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7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 사원이 참여하는 한시적 파업에 나섰다.

거제조선소 내 민주광장에서 열린 파업집회는 노협 추산 3000여명, 사측 추산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파업은 오는 2018년까지 전체 근로자의 40%를 줄이겠다는 사측의 자구안에 반발해 이뤄졌다.

노협 관계자는 “지난 5월 사측에 임금인상 등의 요구는 하지 않는 대신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인력감축을 강행하고 있다”라며 “올해 말까지 400명이 떠나는 것을 비롯해 2018년 말까지 총 5400명의 인력을 내보낸다는 사측의 구조조정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사내협력사 포함 약 4만영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직영인력은 1만4000명(노협 회원 약 5300명 포함) 수준이다.

이날 파업에 앞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김효섭 조선소장은 협의회 집행부를 만나 자구계획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협상테이블에 나와 대화를 갖자고 요청했으나 노협은 자구안 철회 없이는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과 함께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지난달 13일과 14일 투표를 실시해 파업을 결의한 후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가 노조구성원에 대한 근로조건 및 단협 조항을 침해받았다는 노조의 주장을 조정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파업 사유를 사측의 불성실한 단체협상 등으로 변경해 재투표에 나섰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조선소가 모두 거제에 위치한 만큼 삼성중공업 노협의 파업은 대우조선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협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와의 연대 뿐 아니라 조선업종노조연대 차원에서의 총파업도 향후 논의를 통해 일정과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활동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현대중공업노동조합도 이달 1일 조정중지 통보를 받음에 따라 조만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건설장비, 전기전자 등 비조선 사업부문 분사를 추진하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비조선 사업부문으로 인해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이 성장을 지속해왔음에도 일방적으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7일 비조선 사업부문 근로자들이 지원지단 쟁의대책위원회 결성을 선포하고 위원회 간부들이 삭발식을 하며 사측의 구조조정에 강력히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노사간 갈등은 격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빅3’ 사측은 정부 및 금융권의 압박으로 자구안 제출 및 구조조정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른 중견 및 중소조선소들에 비하면 ‘조선빅3’가 부실기업인 것은 아니지만 선박 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을 금융권이 발급해주는 구조인 이상 글로벌 조선시장을 이끄는 ‘조선빅3’라 하더라도 구조조정을 강행해야 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5월에 수주한 선박들의 RG를 발급받는데 약 3주의 시일이 소요됐다. 경기가 좋을 때 길어야 2~3일, 특수한 상황의 경우에도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RG를 발급받기 위한 은행의 문턱은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반면 ‘조선빅3’ 노조는 임금동결을 받아들이더라도 사측의 인력감축 추진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각 조선소별로 수천명의 근로자를 내보내겠다는 사측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조합원들의 권익을 지켜야 하는 노조 집행부는 존재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조선빅3’마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한국 조선업계는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노조의 파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긴 하나 수천명의 직장동료를 내보내겠다는 사측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도 없어 노사간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