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23일 15:53
EBN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예견된 조선업계 총파업… “비오는데 우산 뺏는 정부가 자초”

오락가락 구조조정 정책에 소통 부재… 자구안 협조 노조조차 폭발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7-13 15:45

▲ 지난 2015년 조선업종 노조연대 출범식 모습.ⓒEBN
총파업 및 연계파업 등 조선업계 근로자들의 유례없는 대규모 저항은 이미 예고된 사태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정책은 후폭풍 대안 내지 비전 제시가 전혀 없는 데다, 생산 주체인 근로자들과의 사전조율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불통’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소통 부재가 가져온 화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를 비롯한 주요 조선사 8곳으로 이뤄진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오는 20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심지어 업계 맏형격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등 타업종과 파업을 연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도화선은 지난 4월 총선 이후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다.

노·사·정을 통틀어 시황 침체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 다소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부정하는 주체는 아무도 없다. 문제는 구조조정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조선 빅3에 대한 10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확정했다. 해당 자구안에는 생산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 및 분사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안이 담겼다. 생산직이 대부분인 노조 특성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채권단과 사측은 그동안 자구안에 대한 초안을 주고받고 확정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철저히 배제했다.

오히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3자 협의체제를 수용한다면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제의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나 채권단 측은 한 달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는 상황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신뢰 잃은 정부

알맹이가 없고 오락가락하는 구조조정 정책 자체도 문제가 크다.

시황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1년여간 조선소간 합병 등 구조조정 괴담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정부는 “구조조정은 업계 자율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이에 따라 조선 빅3 등은 지난해부터 고위직 인력 감축 및 보유자산 매각 등 자체적인 자구안을 꾸준히 실시해온 상태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경우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공약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이같은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좀비기업 정리라는 명분 아래 공공연하게 특정기업명까지 언급하며 조선·해운을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조선 빅3에 대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위기론을 조장해 오다 막상 지난달 말 발표된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대상에는 “고용유지 여력이 있다”며 빅3를 제외하는 이율배반적인 결정까지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자구안도 구조조정 이후를 대비한 대응책은 전무하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시황 회복기 등을 대비한 경쟁력 유지 및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대안은 없고 ‘다운사이징’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 80년대 일본도 비슷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다 결국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내주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조조정이란 게 앞으로 비 맞지 말라고 실시하는 것인데 현재 정부의 정책은 비 오는데 우의나 다른 우산도 주지 않고 갖고 있는 우산만 빼앗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장기화, 공멸만 있을 뿐

현재 정부가 큰 틀에서 산업계 전반적인 구조조정 정책을 실시 중인 이상 생산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 등을 중단하라는 노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은 적다.

사측도 개별적으로 노조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구조조정 주체인 정부나 채권단이 워낙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 근로자들의 파업 확산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 크다.

실제로 그동안 자구안 실행에 협조적이었던 일부 조선사조차 파업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노협의 경우 올 초부터 사측 관계자들과 함께 해외 영업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 조선사 노조들도 지난해부터 어려움에 동참하자는 차원에서 임금 동결 등의 조치에 합의해 왔다.

조선노연 측은 “20일 총파업 후에도 정부가 현재와 같은 구조조정을 감행할 경우 8월 여름휴가 후 더 강력한 투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발 구조조정은 물론 조선소별 기수주 물량 인도 일정 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업일정 차질은 선주들의 신뢰도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노사 공멸이라는 결과 밖에 가져오지 않는다”며 “어차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논의가 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