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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구조조정 대상 아닌 이유… “정부에 물어봐”

구조조정 대상 포함시 정부 주도 구조조정 실패 자인하는 꼴
금융권 여파도 어마어마… 시장논리 파괴 및 형평성 논란 예고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8-08 17:23

금융감독원이 구조조정 대상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를 제외한 것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사실상 정부가 조선 빅3의 자구안 실시를 주도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들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등 은행권 위험노출액(익스포저)만 22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및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융권은 물론 정부 재정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좋든 싫든 정부와 조선 빅3는 애초부터 한 배를 탄 상황이라는 의미다.

◆정부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금감원은 최근 ‘2016년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32개 대기업을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했으나 조선 빅3는 제외했다. 그동안 정부가 조선업 위기론을 조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정부가 스스로 주도해온 구조조정을 더욱 원활하게 실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선 빅3 구조조정 문제는 정부가 숱한 반발을 무릅쓰고 수개월간 강력히 밀어붙여온 사안이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정부는 개별기업명까지 거론하며 조선·해운 중심의 고강도 구조조정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후 6월 생산직 포함 대규모 인력 감축 및 분사 등 ‘다운사이징’에 초점을 맞춘 조선 빅3의 자구안을 확정했다.

지난 2015년 말 ‘산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선 등의 구조조정은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지 반년도 되지 않아 이뤄진 일이다.

물론 조선 빅3가 지난해 조단위 부실 이후 고직급자 정리 및 보유자산 매각 등의 자체적인 자구안을 실시해왔던 만큼 여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조선 빅3가 소재지역 경제를 좌지우지 하다시피 하는데 구조조정 이후 대체할만한 신성장동력이나 상세한 고용대책 등은 정부 자구안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90년대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지나친 다운사이징으로 조선 1위 국가 지위를 한국에 내준 일본 구조조정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자구안을 확정하는 과정 자체도 노동조합은 물론 대다수 임직원들과 타협 내지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일방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일방적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방지를 위한 사회적인 대타협기구 설립도 물론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큰 틀에서 보면 워낙 시황 침체가 장기화 돼 있는 만큼 다소의 구조조정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 종사자면 누구라도 동감하거니와, 외부전문가가 아닌 국가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국내 특성상 정부의 폭주가 낯선 모습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정부 구조조정 정책은 너무 반대여론을 의식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선이 오는 2017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국면 전환 및 국정운영동력 확보를 위해 극한의 구조조정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논란 야기할 것”

대우조선해양 등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할 경우 조선업계는 물론 금융권에 미칠 여파가 크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대우조선해양 한 곳만 해도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체 익스포저는 22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지분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9조원에 달한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진행하게 되면 해당 익스포저는 대부분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선언되면 신규 수주계약이 무효화되고 회사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수주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책은행들의 경우 19조원의 여신 가운데 건질 수 있는 돈은 채 10%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때 정부가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의 금융지원을 감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기존처럼 산은과 수은의 지원 하에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금감원의 조선 빅3 구조조정 대상 제외 결정은 더 큰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원칙 무시 및 형평성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적자가 5조원대에 이르고 4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이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한 만큼 여론과 시장이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혈세가 투입됐다고 정상기업으로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왜 다른 곳은 지원을 해주지 않느냐는 비판도 새어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문제”라며 “성공한다 해도 90년대 일본 사례 같은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