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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한진그룹 ‘폭풍전야’… 한진해운 지원 나설까

산업은행 등 채권단 “이번 주까지 그룹 차원 대책 내놔야”
한진해운 지원, ‘이래도 손해, 저래도 손해’… 장고 막바지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08-18 11:55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최후통첩’으로 경영정상화에 한창인 한진해운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만료기간은 오는 9월 초까지이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이번 주까지 1조원의 유동성 확보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한진해운의 모그룹인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 내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한진해운 유동성 문제가 그룹에 전이되는 것도 우려 중인만큼 법정관리 방치라는 극단의 선택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그동안 “자구안 실행에 앞서 1조원의 올해 한진해운 운영 자금 확보방안을 내놓으라”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이렇다 할 반응 및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오너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상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룹은 평소와 같이 돌아가면서도 조 회장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6일 “조 회장 개인으로서도 고민이 클 것”이라면서도 “한진해운이 이달 초 제출할 예정이었던 유동성 확보안을 늦어도 20일께에는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이 회장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채권단은 지난 5월 자율협약 체결 후 수차례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그룹 내지 총수가 직접 나서 자구안 규모를 상회하는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당초 한진해운은 지난 5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당시 ▲터미널 유동화에 따른 1750억원 확보 ▲상표권·벌크선·에이치라인 지분 등 자산매각 등을 통한 1340억원 확보 ▲부산사옥 등 사옥 유동화를 통한 1022억원 확보 등 총 4112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한 바 있다.

물론 용선료 인하 협상 및 사채권자집회를 통한 채무재조정 등 기존 자율협약에 명시된 자구안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자율협약을 마무리 하더라도 이후 운영자금도 빠듯할 정도로 한진해운의 재무사정은 좋지 않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장기 시황 침체로 인해 올해 상반기 3446억원의 영업손실과 47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2015년 800%대였던 부채비율도 올해 들어서는 1000%를 넘어섰다.

오는 2017년 말까지 한진해운 경영에 필요한 자금은 총 1조원 정도다. 물론 2조원이 넘는 선박금융 원리금과 현재도 계속 쌓여만 가는 수천억원대의 용선료 연체료, 항만 이용료 등까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기존 채권단에 제출한 보유자산 유동화 등 자구안대로 실시한다면 4112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친다. 채권단이 지속적으로 7000억원 이상의 유동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권단 한 고위관계자는 “용선료 조정 등을 할 때도 해운사의 유동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느 해외선사가 믿고 조정해주겠느냐”고 말했다.

한진그룹으로서도 한진해운이 회생해야 유리한 상황인 것은 맞다.

현재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3%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면 현재도 1000%를 넘는 부채비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자금 사정도 그렇게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한진해운 회생에 나섰다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동성 문제가 한진그룹 전체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진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이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유동화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지원을 결단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터미널 유동화 작업은 이미 지난 5월 마련한 4112억원 규모 자구안 내용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한진해운과 어느 정도 사업이 중복되는 (주)한진의 한진해운 자산 유동화 작업 참여는 이미 한진그룹이 법정관리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자구안을 모두 성공해 자율협약을 마친다해도 어차피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손을 떠나게 된다는 점도 조 회장에게는 고민거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이 성공하든, 실패해서 법정관리로 가든 현 정부가 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정책에 들어맞는 상황”이라며 “어느 쪽이든 채권단으로서는 조금이라도 재무건전성을 높여놓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인 만큼 한진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해주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