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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만 기다리다 깊어지는 ‘조선 보릿고개’ 시름

금융권 거부로 계약 무산되기도 “수주 최대고비가 RG 발급”
중소조선소에 더 큰 위기…중국·일본에 소형선 시장 빼앗겨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6-08-23 11:05

▲ 신아SB가 건조한 석유제품선 전경.ⓒ신아SB

한국 조선업계의 부실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며 선박 수주에 필수적인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선박의 품질이나 기술력이 아닌 RG 발급이 선박 수주에 있어 최대 고비가 되면서 일각에서는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강엠앤티는 신한은행과 RG 발급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강엠앤티는 우림해운 계열사인 우민해운으로부터 석유화학제품선 3척을 수주했으며 이들 선박은 경남 고성 본사에서 건조해 오는 2018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하지만 수주계약 체결 이후 열흘 이상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RG는 발급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 부실문제가 이슈화되기 전에는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의 경우 길어야 일주일, 중소조선소들은 짧으면 보름에서 길면 한 달을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대형 조선소들도 RG 발급에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있으며 중소조선소들이 RG를 발급받는 것도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의 경우 발주하는 선박에 대해 이미 용선계약 또는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선박 발주부터 인도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감안해 선박을 발주하게 되는데 RG 발급이 지연돼 본계약 체결이 미뤄지게 되면 선사 입장에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삼강엠앤티가 수주한 선박들도 지난 3월 연수중공업이 수주했다 5개월 간 RG 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넘어온 물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RG가 발급되지 않는데 선사 입장에서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며 “연수중공업은 기업은행의 RG 발급 거부로 계약이 무산됐는데 삼강엠앤티가 언제쯤 신한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무조건 RG 발급을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나름대로 심사를 거쳐 RG 발급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최근에 심사한 조선소는 역량이 워낙 부족해 RG 발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선소라고 해서 무조건 RG를 발급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박을 건조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계약들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RG 발급에 보수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중소조선소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SPP조선의 경우 지난해 총 8척의 선박에 대한 수주계약을 체결하고도 단 한 척에 대한 RG 발급도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들 선박은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는 계약으로 인정받았으며 특히 아스팔트를 함께 운송할 수 있는 석유제품선의 경우 일반적인 선박보다 1000만 달러 이상 비싼 4700만 달러에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이들 선박에 대한 계약이 모두 무산되며 이미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발주에 나섰던 일부 선사들은 대체조선소를 찾기 위해 중국 및 일본 조선업계와 급하게 협상에 나서야만 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중국 및 일본의 소형 석유제품선과 피더 컨테이너선 수주가 이어지는 것도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약 10년 전만 해도 소형 석유제품선 및 석유화학제품선의 경우 신아에스비를 비롯해 21세기조선, 삼호조선, 세광중공업 등 국내 중소조선소들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왔으나 현재는 이들 조선소 모두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대선조선만이 스테인리스 스틸 석유화학제품선을 위주로 선박 수주 및 건조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6만DWT급 이하의 석유제품선 및 석유화학제품선은 총 39척인데 이 중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한 것은 대선조선 6척과 현대미포 1척 등 7척에 불과하다.

피더 컨테이너선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총 54척으로 집계됐으며 14000TEU급 선박 5척을 제외한 49척은 모두 3300TEU급 이하의 피더 컨테이너선이다.

이 중 중국이 척수 기준으로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65%를 수주했으며 1만4000TEU급을 비롯한 나머지는 일본 조선업계가 수주했다. 한국 조선업계의 올해 컨테이너선 수주실적은 여전히 ‘제로’에 머물러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자국 선사가 선박을 발주하고 자국 금융권이 선박금융을 비롯한 지원에 나서며 ‘보릿고개’ 같은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이제는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금융산업에 있어서는 여전히 선진적이지 못하며 이로 인해 다른 경쟁국들처럼 선박금융에 나서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해도 ‘보릿고개’를 넘어갈 수 있도록 정부의 선박 발주 지원이나 금융권의 RG 발급에 있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